김양혁 기자

아이 울음소리가 줄고 있다. 정부가 발표하는 출산율은 매번 최악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합계출산율이 0.65명까지 추락했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가 1명도 채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아이를 가장 적게 낳는 국가가 됐다.

예고된 일이다. 한국은 통상 결혼 이후 출산한다. 결혼이 곧 출산의 전제다. 한국 사회 특성상 결혼 인구가 늘지 않으면 출산도 늘 수 없다. 그런데 한국은 결혼 인구가 급격하게 줄고 있다.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1년 동안 뒷걸음질했다.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3673건(잠정치)으로, 10년 전인 2013년(32만2807건)과 비교하면 40%나 줄었다.

여러 미디어로 접하는 ‘간접 결혼’이 문제다. 요즘 결혼은 SNS에 올릴만한 선물 준비부터 시작한다. 명품백은 물론이고, 고가 수입차도 있어야 한다. 본격적으로 결혼을 준비하면 비용만 ‘억’ 소리 난다는 말부터 나온다.

평범한 인생을 살고 싶다고들 한다. 온라인에서 평범이라는 잣대는 명품백, 수입차, 아파트 보유 여부로 결정한다. 평범이라는 기준을 넘어 이것들이 없으면 불행하기까지 하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TV를 켜면, 프로그램명부터 결혼이 ‘지옥’이라고 하질 않나, 생떼를 쓰는 아이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결혼하고 배우자 혹은 배우자의 가족과 갈등을 빚고, 아이 낳아 고생할 바에 혼자가 편하다. TV 속 혼자 사는 유명인들도 행복해 보인다. 방구석에서 마음 편하게 맥주캔이나 하이볼을 마시며 남들이 하는 연애나 보는 편이 나을 수밖에. 화려하게 가꾼 남녀들을 보며 대리만족한다.

어느새 눈높이가 하늘을 찌른다. 이른바 ‘평균 올려치기’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평범한 삶의 기준이 현실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다. 이런 심리를 잘 활용한 업종이 바로 결정사로 불리는 결혼 정보 회사다. 지난 2018년 1568개에서 2022년 1823개로 16.3%나 늘었다. 원하는 조건에 꼭 맞는 배우자를 찾겠다는 수요를 겨냥해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이 넘는 비용을 받고 이성을 연결해준다. 좋은 결과도 있지만, 현실에서 꼭 맞는 사람을 찾는 일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결혼해 아이를 키우는 한 선배는 배우자가 100번째 소개팅 상대였다고 했다.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든 인만추(인위적인 만남 추구)든 일단 행동하고 움직여야 결실 거둘수 있다. 스마트폰도 잠시 내려두고, 타인과 비교를 멈추자. 작년 결혼한 약 19만 커플이 모두 금수저는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