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주포 형님은 도대체 뭐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다른 종목은 잘 가는데 힘 좀 내야 할 듯."

코스피가 역사적 고점을 연일 경신하고, 코스닥 역시 닷컴 버블 이후 처음으로 의미 있는 레벨(1200선)을 회복한 상황에서도 종목 토론방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문장이다. 좋은 기업만 매수하면 매일 이익을 내는 '물 반 고기 반' 국면인데도, 일부 투자자의 시선은 여전히 초소형주와 잡주, 테마주 등 이른바 '세력주'에 머물러 있다. 기업의 실적, 산업 구조보다 보이지 않는 '주포'의 존재를 먼저 가정하는 투자 방식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시장은 뜨겁다. 정책 기대와 유동성이 결합되며 지수는 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있고,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주도 업종은 글로벌 자금 유입까지 더해지며 강한 랠리를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증시의 체질이 과거와는 분명히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시장 구석구석을 꼼꼼히 보면, 정리 대상인 기업이 차고 넘친다. 시장의 온기는 이들 기업에는 미치지 않는다. 사업 모델이 취약하거나 이익 창출력이 낮은 한계기업들은 상승장에서도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서 드러난다. 상승장에서 소외된 일부 투자자가 그 원인을 분석하는 방식이다. 기업의 펀더멘털이나 산업 경쟁력을 점검하기보다는, "아직 세력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하다. 토론방에는 "선수가 운전해야 간다", "주포만 붙으면 바로 날아간다"는 식의 문장이 반복된다. 주가 형성을 시장 참여자들의 합리적 판단이 아닌, 특정 세력의 의지로 해석하는 시각이다.

이 같은 인식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과거 코스닥 시장이 장기간 박스권에 머물던 시기, 일부 종목에서는 테마와 수급만으로 단기간 급등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실적과 무관한 기대감, 그리고 제한된 유동성이 결합되며 '세력에 편승하는 투자'가 일종의 전략처럼 받아들여졌다. 이 시기에 형성된 투자 경험이 개인 투자자들의 행동 양식에 적지 않은 흔적을 남긴 모양새다.

그러나 지금의 시장 환경은 그때와 다르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이 한계기업 퇴출을 강화하고 있다. 상장 유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정리 작업이 진행될 전망이다. 단순히 상장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금이 유입되던 시대에서, 생존 자체가 경쟁이 되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시기에 잘못 투자했다가는, 대상승 시대에 홀로 엄청난 원금 손실을 감내해야 할 수도 있다.

주식 시장에 '선수'가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런 선수가 건드리는 기업은 오르더라도 반짝 상승에 그친다. 내 종목이 오르지 않는다는 것을 '세력의 부재'로만 설명한다면, 투자 실력은 결코 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강세장은 단순한 유동성 장세를 넘어,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되는 국면일 수 있다. 과거의 성공 경험에 머물러 보이지 않는 주포를 찾기보다, 보이는 데이터와 실적으로 기업을 판단하는 투자 문화로의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