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은 지난 1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스테이지엑스의 제4 이동통신사 후보 자격 취소 브리핑을 마친 후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에 이은 네 번째 이동통신사 출범은 이번에도 물거품이 됐다. 정부가 신규 이통사로 도전한 스테이지엑스의 재무능력 등 자격을 문제 삼아 주파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아직 최종 청문 절차가 남아있지만, 업계에서는 제4 이통 출범은 물건너 갔다고 판단한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통신 3사가 28기가헤르츠(㎓) 대역을 반납하면서 5G(5세대 이동통신) 28㎓ 주파수를 사용하는 제4이통사 유치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전 정부를 포함해 제4 이통사 도전이 6전 7기로 끝났던 만큼 이번에도 무리수라는 지적이 잇달았다. 제4 이통 사업자가 맡을 28㎓ 주파수 대역 투자의 사업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었다.

과기정통부는 자본력 있는 대기업들이 참여하지 않고, 경매로 주파수를 할당받은 스테이지엑스의 재무능력 등 우려가 제기될 때마다 “이번 만큼은 다르고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에 후보 자격 취소 브리핑 직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과기정통부 공무원들의 표정에선 민망함이 드러났다.

수십 년 가까이 정보통신기술(ICT) 정책을 담당한 전문 관료들이 이렇게 될 것을 전혀 예상 못했을까. 제4 이통사 정책을 추진한 대다수 고위 관료들은 과기정통부에서 잔뼈가 굵고 업계에서도 전문성을 인정하고 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실에서 제4 이통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니 과기정통부가 어쩔 수 없이 추진하는 시늉을 하다 일이 더 잘못되기 전에 접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과기정통부는 실패 원인을 분석한 뒤 ‘7전 8기’도 모자라 다시 ‘8전 9기’ 도전을 한다고 밝혔지만, 이미 동력은 저하됐다. 정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대기업들이 다른 분야에서 성공을 거뒀다고 해서 통신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들은 기존 통신 3사의 견고한 시장 장악력은 물론 높은 진입 비용과 불확실한 수익성,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 등을 이유로 제4 이통사 도전을 피할 것이다. 통신 시장에 제4 이통사가 정말 필요하다면, 정부는 이에 대한 확실한 해결책부터 먼저 제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