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이 캐즘(Chasm) 구간에 돌입한 영향으로 수익성이 악화했다.”

최근 국내 2차전지 업계에서 ‘캐즘’이란 말이 자주 사용된다. 캐즘은 혁신성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초기시장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주류시장 사이에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하거나 후퇴하는 단절 현상을 뜻한다.

국내 2차전지 업계가 최근 악화한 업황을 캐즘으로 치부하면 설명이 쉬워질 순 있지만, 동시에 많은 요소를 무시하게 된다. 예컨대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약진하는 중국의 사례는 설명하기 어렵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3월 전 세계에서 새롭게 등록된 전기차 중 중국 업체가 생산한 전기차는 약 139만대로 전체의 56.2%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중국의 배터리 기업 CATL은 비(非)중국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전체 배터리 사용량의 27.5%(21.3GWh)를 차지하며 점유율이 전년 대비 1.1%포인트(P) 상승했다. 반면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 SK온은 시장 점유율이 2%P 넘게 줄었다.

국내 배터리 업계의 시장 점유율 하락이 단순히 캐즘 때문인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국내 업체는 삼원계 배터리 분야에서 중국보다 우월한 기술력으로 시장을 주도했으나 중국은 국내 업체가 성능이 떨어진다고 무시했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앞세워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LFP 배터리를 채택하는 완성차 업체가 늘자 국내 업체들은 지난해부터 전기차용 LFP 배터리 개발에 나섰고, 내년 말에야 양산을 시작한다.

배터리 기술에 대한 보호도 미흡했다. 지난 30년간 배터리 연구를 진행해 온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자사가 보유한 핵심 전략특허 1000여개 중 경쟁사가 침해한 것으로 확인된 특허가 580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연간 배터리 관련 특허 출원 건수는 중국이 한국을 앞섰다.

전기차 시장은 여전히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 중이며 다행히 미국, 유럽은 한국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기차 전환 정책을 펼치고 있다. 배터리 업계는 지금의 침체기를 더 큰 도약을 위해 내실을 다지는 시간으로 활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