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개봉한 영화 중 약 30%는 정부 지원금을 받았다. 정부 지원금을 조금이라도 받으면 촬영 협조가 수월해져서 소액이라도 최대한 받으려고 하는데, 앞으로는 그럴 경우 오히려 유통에 제약이 생기게 됐다.”

한 제작 업계 관계자는 “정부 지원이 수익성에 발목을 잡는 상황”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는 정부가 신설한 ‘홀드백’ 의무 때문이다. 홀드백은 영화가 영화관에서 상영한 후 다른 유통 채널로 넘어가기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영화가 영화관 상영 직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 풀려 관객이 영화관을 덜 찾게 되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정부 지원금을 받은 영화에 수개월의 홀드백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그러나 홀드백은 관객의 발걸음을 돌리는 데 실패할 공산이 크다. 영화관이 소비자의 외면을 받은 이유는 영화관이 티켓값만큼의 효용을 가져다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상영작 외에도 누릴 콘텐츠는 차고 넘친다. ‘지금 안 보면 OTT에서 당분간 못 본다’는 사실은 소비자에게 위기감을 가져다 주지 못한다.

홀드백을 바라보는 이해관계자들의 입장도 저마다 다르다. 적자 수렁에 빠진 영화관에는 홀드백이 구원의 동아줄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여러 경로로 영화를 유통해 수익을 내는 제작사와 투자배급사엔 또 다른 규제일 뿐이다.

작품 규모에 따라서도 입장이 갈린다. 독립영화는 영화관 스크린 경쟁에서 밀려 상영 기회조차 얻기 어려운데, 수개월 동안 IPTV와 OTT에도 판권을 팔 수 없게 되면 수익 회수 기간이 길어진다. 결국 제작사들은 대형 작품만 선호하게 돼 다양성 저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영화산업의 구성원에는 영화관만 있는 게 아니다. 문체부와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해 9월 ‘한국 영화산업 위기 극복 정책 협의회’를 출범해 안건을 논의 중이다. 그러나 OTT 업계, 독립영화계, 소비자 단체는 빠져 있다. 빠른 결론이 아닌 옳은 결론을 내려면 보다 폭넓은 대화의 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