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효과’가 사라졌다. 정부는 지난 10일 준공 30년 넘은 아파트의 재건축 안전진단 면제 등 재건축 규제 완화와 빌라·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에 대한 세금 감면을 중심으로 한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시장은 요지부동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은 1월 넷째 주(22일 기준) 0.03% 떨어지며 8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송파구(-0.06%), 서초구(-0.04%) 등 강남권은 물론 도봉구(-0.05%)·성북구(-0.07%) 등 전 지역이 하락했다.

정책이 발표됐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가 최대 화두였지만, 이는 재건축 초기단계의 걸림돌을 제거한 것일 뿐이다.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절차를 시작하려면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이 개정돼야 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일단은 기존 절차를 따라 재건축을 추진하자는 기조가 강하다.

공급대책도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정부는 신규 택지를 발굴해 2만 가구를, 수도권 신도시 토지이용 효율화를 통해 3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물량이 너무 적다는 평가가 많다. 녹지와 자족용지 비율을 줄이고 용적률을 300%까지 올리면 3기 신도시에서만 25만가구 이상 공급량을 추가적으로 늘릴 수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있다.

정말 우려해야 할 것은 ‘정책의 신뢰성’이다. ‘분상제 아파트 실거주 의무 폐지’가 야당의 반대로 국회에서 1년 째 표류 중이다. 실거주 의무 대상은 전국에 4만9000가구나 된다. 둔촌 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이 대표적이다. 최근 야당이 폐지 대신 3년 유예로 방향을 잡으면서 단기적으로 숨통이 트인 분위기지만, 폐지를 기대하고 청약을 했던 이들과 전매거래를 했던 수요자들에게 정책은 여전히 믿을 것이 못된다. ‘실거주 폐지 학습효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불신의 대상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비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은 것도 한 몫을 한다. 정부는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를 주택 수에서 제외한다는 당근을 내놨다. 하지만 요즘 같은 부동산 침체기에 미분양 아파트를 이런 정책만 보고 살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다. 시장이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서 시장의 수급을 의지하는 정책은 무익(無益)하다. 1·10 대책 추진과제는 79개로, 이 중 절반 이상인 46개가 법·시행령 개정 사안이다. 그 어느 것도 ‘실거주 의무 폐지안’과 같은 신세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정부는 정책 발표에도 시장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를 면밀히 살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