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이요? 현장 나가면 하루 12시간도 넘는 근무에 주6일 일하는건 기본이에요. 지방이나 해외 발령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무엇보다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이 안 지켜지니 너무 힘들더라고요. 결혼은커녕 여자친구도 못 사귈 것 같아서 11개월 일했는데 퇴직금도 안 받고 나왔어요. 그래도 후회는 없어요.”

최근 국내 대형 건설사에서 공기업으로 이직한 30대 A씨의 한탄이다. 청운의 꿈을 안고 내로라하는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1년도 버티지 못했다. 11개월간 ‘탈건(건설업계 탈출)’만을 외치는 동기들 속에서 그는 “빠르게 탈출한 편”이라며 안도감을 내비쳤다.

MZ세대의 ‘탈건’ 현상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대한건설협회가 231개 건설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건설 현장에서 기술 인력이 부족해지고 있는 원인으로 80%의 기업이 ‘청년층 진입이 적다’고 답했다. 청년층이 부족한 이유로는 조사 대상 기업의 48%가 ‘근무 여건 및 복지 부족’을 꼽았다.

그런데 최근 재밌는 현상이 수치로 나타났다. 건설사들은 젊은 기술 인력이 없어 허덕이고 있는데 소위 ‘노가다’로 불리는 건설 현장에서 2030세대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건설근로자공제회 퇴직공제 피공제자 동향 분석에 따르면 20대 이하 건설근로자는 올 3월 기준 5만7846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6% 증가했다. 30대 건설근로자도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예외적이고 소수의 사례긴 하지만 이들이 건설 현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단순하다. ‘규칙적이고, 일한 만큼 받는 구조’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용직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20대 B씨는 “문과생은 취업도 어렵고, 취업해도 야근에 주말 출근에 스트레스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일은 내가 한 만큼 돈을 받아 갈 수 있어 젊을 때 해볼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해보니 전문적인 기술을 배워야겠다는 욕심도 생겼다”고 했다.

MZ세대가 육체노동으로 불리는 ‘손노동’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비단 건설 현장에만 국한하는 것은 아니다. 성취감과 워라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MZ들에게 타일이나 페인트 기술자, 목수 등 손노동 직업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사무직의 한계를 느끼고 보다 전문적인 노동을 선택하는 것이다.

건설사는 이 같은 현상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젊은 세대가 건설업에서 사라지고 있는 현상을 단순히 인구구조와 사회문화적 변화 때문이라며 손 놓고 있다가는 자칫 산업 자체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

젊은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대에 역행하는 과도한 업무량을 조정해야 한다. 현장의 인력 부족 문제를 파악하고 인력 재배치 등을 통해 근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또 경직되고 수직적인 문화를 지양해 젊은 직원들이 조직 내에서 성취감을 더 잘 느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타 산업에 비해 인공지능(AI), 드론 활용도가 떨어지는 등 디지털화 수준이 낮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일각에선 건설업의 디지털화를 방해하는 요인을 젊은 인력이 부족한 데서 찾지만, 낮은 디지털화 자체도 젊은 세대가 건설업을 매력적으로 느끼지 않게 하는 이유다. 적극적인 산학협력 등으로 전문 인재 개발에 나서야 한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최근 기자와 만나 “1년에 25만명도 태어나지 않는 시대에 제조업에도 부족한 고급 인재가 건설업에 들어오겠냐”고 자조 섞인 비판을 늘어놨다. 출산율이 0.8명도 안 되는 현 상황을 생각하면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