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안전 운임제’ 지속·확대를 요구하며 지난 7일부터 집단 운송거부(총파업)를 이어가고 있다. 안전 운임제는 물류업계의 ‘최저 임금제’로 불린다. 화물차주의 운행거리에 따라 최소한의 운임을 정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기업에 과태료를 물게 하는 것이 골자다. 2020년부터 시행, 3년 일몰 조항에 따라 올해 말로 종료될 예정이다.

파업과 함께 안전 운임제가 뜨거운 감자가 됐지만, 해운업계에선 제도 시행 첫해부터 ‘환적 컨테이너’ 문제로 시끄러웠다. 화물자동차법에 안전 운임 적용 품목은 특수자동차(화물차)로 운송하는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로 명시돼 있다. 국토교통부는 환적 컨테이너가 수출입 컨테이너에 포함된다고 확대 해석해 안전 운임을 적용했다. 안전 운임제 시행 1년 만에 환적 컨테이너 화물 운임은 47%가량 올랐다. 안전 운임제 시행 전 컨테이너 화물차주들이 기대했던 ‘최소 20% 이상의 운임 인상’을 뛰어넘는 결과였다.

13개 국적선사는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환적 컨테이너는 안전 운임제에 규정된 수출입 컨테이너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안전 운임 고시 취소를 위한 행정 소송을 냈다. 1심부터 대법원까지 모두 선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관세법, 해운법, 대외무역법 등에서 수출입과 환적을 구분해 정의하고 있는 만큼 법에 명시되지 않은 환적 컨테이너에 국토부가 안전 운임을 적용하는 것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나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지난 4월 이후에도 여전히 환적 컨테이너 안전 운임은 고시돼 있다. 선사들은 승소를 하고도 정부 눈치를 보느라 여전히 환적 컨테이너 운송 계약을 맺을 때 안전 운임제를 지킨다.

정부가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는데 노조라고 따를리가 없다. 화물연대는 지난달 16일 한국해운협회에 공문을 보내 ‘환적 화물 안전 운임과 항만 안전’ 관련 교섭을 진행하자고 했다. 환적 컨테이너가 안전 운임 품목이 아닐뿐더러 안전 운임은 안전운임협의회에서 화물차주 대표와 화주 대표, 운송사 대표, 공익 대표 등이 결정한다. 또 한국해운협회는 선사들로부터 위임받은 교섭권이 없다. 화물연대도 고용노동부로부터 노조설립필증을 받은 정식 노조가 아니다.

한국해운협회는 적합한 협의 당사자가 아니어서 참여할 수 없다고 답했다. 화물연대는 지난달 25일 다시 공문을 보내 ‘화물노동자의 노고로 이윤을 창출하면서도 화물노동자가 당면한 어려움에는 눈을 감는 무책임한 태도에 유감을 표한다’며 ‘교섭 회피에 강력한 항의를 표하고 화물연대 요구 관철을 위해 총파업 투쟁에 돌입할 것을 알린다’고 했다.

2주 뒤 화물연대의 파업은 현실이 됐다. 주요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평소보다 줄었다고 한다. 해운업계에선 파업이 장기화하면 항만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기업들은 이미 항만에 제때 컨테이너가 도착하지 않아 선적하지 못하는 등의 피해를 토로하고 있다. 기업들은 애가 타는데 화물연대는 안전 운임제 일몰조항을 삭제할 때까지 파업을 이어가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국토부는 궁극적으로 국회에서 논의할 사안이라며 한발 뺀 채 있다.

화물연대가 바라는대로 안전 운임제가 지속될 지, 화주들의 의견을 반영해 새로운 제도가 도입될 지 혹은 정부가 나서서 중재안을 마련할 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안전 운임제가 만들어져도 마음대로 해석하고, 무시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