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으면서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오는 19일 이전 백신 1차 접종을 마친 국민이 3600만명(전국민의 70%)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전하며 “2차 접종도 속도가 붙어 10월 말로 앞당겼던 국민 70% 2차 백신 접종 목표도 조기에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접종 속도’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의 신규 확진자 수와 치명률에 높은 백신 접종률까지 더해지면 코로나로부터 가장 안전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단계적 일상 회복 부문의 ‘K모델’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대다수 국민들이 백신 접종을 마치게 되면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낮아질 것이고, 그 때면 강화된 방역 지침도 단계적으로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다.
대통령은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나라’를 강조하고 있지만,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주 실시한 ‘코로나19 관련 인식조사’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 가운데 ‘향후 예방접종을 받을 의향이 없다’라는 응답자가 전체의 14.5%를 기록했다. 이는 직전 조사(7.9%)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이유는 ‘예방접종 이상반응에 대한 우려 때문’이 대대수(81.6%)를 차지했다.
대규모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을 호소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백신을 접종한 지 2주 만에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아버지의 사연을 호소하는 딸의 글부터 올해 24살의 초등학교 교사인 딸이 백신을 접종한 후 심혈관 질환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아버지의 사연들이다. 이렇게 쌓인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에 대한 청원글이 111건에 달한다.
백신을 접종한 후 혈전증, 부정출혈, 사망 등 이상반응을 신고한 사례도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일선 의료기관에서 유효기간 지난 백신을 잘못 접종하거나,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자가 아닌데 오인해서 접종했다거나, 백신 접종량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과도한 량이 투약됐다거나 하는 오접종 사고도 계속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백신 부작용이나 백신 오접종에 대해 언급한 적은 한 번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백신 접종 부작용 관련 청와대 청원글 중에서 답변 요건을 채운 글은 아직 없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그동안 요건을 채우지 않은 글들에도 답변을 해 왔다. 당장 문 대통령은 ‘문재인케어’와 관련된 청원을 답변하면서 “동의수가 적다고 해서 덜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어느 약이나 부작용은 있고,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이 유난히 높은 것은 아니다.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이후 특이 혈전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100만 분의 1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하지만 이 숫자는 백신 접종을 앞둔 사람에겐 중요한 숫자가 아니다. 100만 명 중 한 사람은 부작용을 겪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침묵을 두고 의료계 일각에서는 K방역의 홍보를 위해 백신 부작용에 대한 국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이런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이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과학적이고 책임감 있는 목소리를 내 주기를 기대한다. K방역에 큰 주축이 되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빠른 백신 접종 속도’는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덕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