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심리학' 저자, 브라이언 클라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교수.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국제 NGO, NATO, EU 정치인들에게 조언하는 정치 컨설턴트이자 선거 전문가다.

두 개의 무인도가 있다.

1628년 선원 코르넬리스는 바타비아호에서 반란을 일으킨 후 버컨섬에 표류했다. 그는 한정된 자원을 통제하기 위해 섬에서 권력과 위계를 만들었다. 위험인물은 하나씩 제거했다. 처형은 코리넬리스의 명령에 따라 이루어졌다. 그는 배에서 가져온 고급 의복으로 자신의 지배력을 드러냈다. 다른 이들은 흙투성이 누더기를 입은 채 살해당할 차례를 기다렸다.

1965년 아타섬에는 여섯 명의 기숙학교 소년들이 표류했다. 그들은 협업을 통해 생활을 개선해갔다. 모든 작업은 분담했다. 리더는 없었다. 고함치며 명령을 내리는 사람도 없었다. 소년들은 섬을 정복해 나가면서 모든 성공과 실패를 동등하게 짊어졌다. 말다툼이 시작되면 서로 거리를 두는 분별력을 발휘했다. 15개월여 뒤 소년들은 구조됐다.

두 개의 무인도는 인간 본성에 대한 두 개의 대조적 비전을 보여준다. 여기서 의문이 꼬리를 문다.

인간 사회에 위계는 필수적인가? 누가 권력을 쥐고, 권력은 우리를 어떻게 바꾸는가?

사상 초유의 ‘비호감 선거’로 난감해진 대선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와 혐오를 넘어, 권력의 바깥에서 권력을 들여다보기 위해,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국제정치학과 브라이언 클라스(Brian Klaas) 박사에게 이메일로 인터뷰를 청했다.

브라이언 클라스는 10여 년간 벨라루스부터 영국까지, 태국부터 잠비아까지 전 세계를 다니며 정치학자로서 권력자들을 인터뷰해서 최근 ‘권력의 심리학’이라는 책을 썼다. ‘권력의 심리학’은 권력의 부패 과정을 인류학과 사회심리학적인 견문으로 통렬하게 리포트한 책으로 지배를 향한 열망을 지닌 이들의 행보에 깊은 통찰을 준다.

클라스 박사는 경고한다. 권력을 원하는 사람이 가장 권력을 가져서는 안 되는 자일 수도 있다고.

게다가 인간은 오랜 정글의 경험으로 왠지 강하고 악한 리더에게 더 끌리는 경향이 있다.

스위스 연구진이 디지털 배의 선장을 뽑는 게임이라고 설명하고 아이들에게 과거 프랑스 총선 후보 두 명의 사진을 제시했을 때, 71%의 아이들은 선거에서 이긴 사람을 뽑았다. 성인 대상 실험에도 결과는 비슷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우리의 선택은 그만큼 피상적이다.

토론에서 더 무례하고 공격적인 사람이 협조적이고 온화한 사람보다 강력한 리더라는 인상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무인도에 표류한 두 집단 중 한 집단은 '권력과 위계'를 만들었고, 또 한 집단은 수평 사회를 만들었다. 우리는 악한 리더에게 이끌리고 그들에게 권력을 안겨주는 경향이 있다.

인터뷰를 통해 브라이언 클라스는 ‘우리가 권력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면 부패하지 않을 권력을 설계할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만약 뻔뻔한 지도자가 계속 나타난다면 우리 국민은 왜 이토록 운이 없는가를 고민하기보다 더 나은 제도를 만드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것.

그는 위험한 리더를 만드는 3대 요소로 ‘마키아벨리즘, 사이코패스, 나르시시즘’을 지적했다.

-‘권력은 부패한다’는 팟캐스트 진행자로 활약하면서, 사악한 권력자들을 수없이 인터뷰했습니다. 그들에게 어떤 감정을 느꼈나요?

“전범과 악수를 하거나 고문 행위를 지시한 이들과 커피를 함께 마시는 건 평범한 경험이 아닙니다. 이런 악한 권력가도 일대일로 만났을 땐 의외로 매력적이거나 재치가 넘치는 경우가 있어 불쾌하기도 했어요.

그 사람이 건넨 농담에 웃음을 터트리다가도, 그 사람이 사람들을 죽였거나 무고한 시민에게 엄청난 피해를 줬다는 사실을 되새기며 죄책감도 느꼈죠. 그들이 끔찍한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도 개인적으로 그들의 어떤 모습에 호감이 간다는 게 당황스러웠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권력이란 무엇입니까?

“권력이란 다른 사람이 하지 않았을 행위를 하게 만드는 능력입니다. ‘권력의 심리학’에서 저는 상사와 부하, 정치인과 시민, 경찰과 보호받는 국민의 경우처럼 위계적 권력을 포함한 권력을 탐구했습니다.

권력은 위계적인 동시에 관계적입니다. 따르는 자들이 없으면 강해질 수 없지요.”

-그 지점에서 불편한 질문이 떠오릅니다. 만약 우리가 매번 직접 뽑은 지도자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건 뽑은 우리의 문제일까요?

“저는 10년간 전범, 폭군, 고문을 지시한 이들, 사업과 정치에서 일상적으로 권력을 남용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끔찍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이유는 저 또한 궁금해서였어요.

과연 권력이 사람을 타락시키는 것인지, 부패하기 쉬운 자들이 권력에 더욱 잘 이끌리는 것인지. 제가 내린 결론은 둘 다였습니다. 그러나 권력과 부패의 영향을 설명할 수 있는 역학관계는 여러분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합니다.”

-책에서 당신이 던진 질문은 모두의 궁금증이기도 합니다. 1 더 악한 사람이 권력을 갖게 되어있나? 2 권력은 그 자체로 사람을 나쁘게 만드나? 3 왜 우리는 그런 악한 리더를 선택하는가? 4 부패하지 않는 리더를 뽑고 제대로 감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중 가장 중요한 질문은 무엇인가요?

“언급하신 궁금증들은 사실 권력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지점입니다. 그러나 놓쳐서는 안 되는 핵심은 이겁니다. 제도를 이해하는 것이 권력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거죠.

부패한 제도는 부패한 사람들을 끌어들입니다. 훌륭한 제도는 훌륭한 사람을 끌어들이죠.

지도자를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고 또 정당한 행위입니다. 하지만 지도자들이 계속해서 뻔뻔한 부정을 저지른다면, 우리 국민은 왜 이토록 운이 없는가를 고민하기보다 더 나은 제도를 만드는 것이 현명한 선택입니다.”

영화 '킹메이커'의 한 장면.

-미네소타 주지사 선거 캠프에서 활약했고 유력 정치인들의 조언가로 역할하고 있는데, 어떤 조언을 주로 합니까? 지금 대선 국면의 한국 정치인들에게는 어떤 조언을 하시겠어요?

“이런 조언을 합니다. “권력에는 ‘자기 선택의 문제’가 있다. 스스로 돌아보라. 진정으로 국민에게 봉사하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면 권력을 좇지 마시라.” 그만큼 많은 정치인이 사적인 이유로 권력을 탐합니다. 그런 이유로 제가 드리고 싶은 조언도 비슷해요.

첫째, 선거에 출마하는 진정한 동기가 국민을 위한 봉사가 아니라면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죠. 둘째로 그대들에게 권력을 넘겨준 이들이 누구인지를 놓치지 마십시오. 국민은 추상적인 존재가 아니라 모두 하나의 개인입니다.

정치인들이 유권자를 통계로 인식하기 시작하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합니다. 내가 내는 정책에 영향받을 일반 시민을 반드시 만나봐야 합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결정을 내렸다면, 그 대상을 만나고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십시오.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면 밤잠을 설쳐야 합니다. 그게 되지 않는다면, 권력을 욕심내지 마세요. 손에서 놓아주어야 할 때가 된 겁니다.”

-구미 유럽을 제외하고 식민지 경험이 있는 많은 나라가 쿠데타 혹은 선거를 통해서 독재를 경험했습니다. 어지러운 시국에서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려고 하는 한 개인의 야심을 어떻게 보세요? 권력의지는 사적인 야망의 산물인가요? 공적인 맥락의 산물인가요?

“예를 들어보지요. 2003년 미국 침공 이후 이라크의 최고 행정관으로 임명된 외교관 폴 브레머(Paul Bremer)는 노르웨이의 대사였을 때 완벽한 지도자였죠. 그런 그가 이라크의 독재 체제로 파견되자, 상점에서 물건을 약탈하는 사람들에게 총기 발사를 허용했습니다.

저는 브레머와 함께 스키 강습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가 저한테 그러더군요. “모든 것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전에는 결코 하지 않았을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던 겁니다. 쿠데타와 정치적 폭력이 난무하는 사회도 마찬가지예요. 그런 상황에서 권력을 손에 쥔다는 건 곧, 나의 경쟁자를 기꺼이 처단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해요.

그 상황에서 정상에 오른 자들은 동네의 일꾼으로 자원봉사를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목표와 동기를 부여받습니다. 그래서 상황과 맥락이 중요해요.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단순히 ‘나쁜 지도자들을 비난하는 것’보다 더 도움이 됩니다.”

어떤 리더를 선택할 것인가.

-어쨌든 남을 도우며 살던 건강한 사람도 권좌에 올라가면 정적을 추방하고 탐욕을 드러내고 자아도취에 빠져 추락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권력을 탐하는 자가 가장 부패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대통령을 꿈꾸는 자가 대통령이 된다’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죠. 그 ‘욕구’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지 않을까요?

“저는 500명이 넘는 권력자들을 인터뷰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매력이 넘쳤고, 몇은 재치가 있었고, 몇은 잔인했고 또 몇은 괴물이었죠. 하지만 그 사람들에게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첫째, 힘이 넘쳤습니다. 둘째, 비정상적이었죠. 다시 말해, 자의로 권력을 가진 자들은 정상이 아닙니다. 자기 선택의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자다가 일어나서, “그래. 내가 이 나라의 모든 사람을 책임져야 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비정상이라고 해서 다 나쁜 건 아닙니다. 그러나 그들은 보편적이지는 않습니다. 제가 책에 썼듯이 ‘마키아벨리즘, 나르시시즘, 사이코패스’라는 어둠의 3요소 형질이 불균형하게 섞여 있지요. 그런 형질을 가진 사람들이 권력을 욕망하고 얻는 데 더 능숙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권력과 위계가 과거로부터 당연히 있어온 것이 아니라고요?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를 1년으로 축약한다면, 우리는 새해부터 크리스마스 즈음까지 위계 없이 평평한 사회에서 살았어요. 그러다 마지막 며칠 동안 복잡한 문명이 뿌리내리면서 위계질서가 규범으로 자리 잡았죠

가령 선사시대의 쿵족은 사냥에서 공을 세운 힘센 자가 기고만장해지지 않도록 그를 모욕하는 풍습이 있었어요. 권력을 장악하려는 ‘급부상자’나 야망에 찬 ‘알파메일’이 등장할 때마다 공동체는 그를 조롱하고 죽이기까지 했죠. 다수의 초기 인류는 누구도 우두머리가 되지 않도록 경계했어요. 인간은 사실 지배를 향한 본능보다, 다른 이들에게 지배받지 않고 싶다는 욕구가 더 강합니다.”

-그랬던 우리가 제래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에 나오듯 농경과 잉여로 전쟁이 잦아지면서 점차 효율적인 위계 사회에 안착했군요!

“그렇죠. 인류는 긴 역사 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를 꾸렸습니다. 수십 명 단위의 사람들로 모인 위계 없고 ‘수평적인’ 사회도 있었고, 한 도시에 수백만의 사람이 모인 극도로 계층적인 사회도 있었죠. 사회가 변화할수록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도 함께 변화했어요.

저는 이 지점에서 희망을 봅니다. 많은 사람들은 권력을 가진 이들은 반드시 부패하고, 소시민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세상이라고 한탄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어요. 근대 국가는 가장 위계적이면서 가장 안전한 구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죠. 어떻게 권력 지향적이지 않은 양심적인 사람들을 추대할 것인가.

부패하지 않을 권력자는 그 자리를 가장 원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했다.

권력과 부패의 본질에 대해 탐구한 브라이언 클라스의 '권력의 심리학'.


-그러나 현실은 어이없을 만큼 자주 끔찍하고 무능한 지도자가 우리를 지배하게 놓아뒀죠. 왜 그런 실수가 반복됩니까?

“대의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나쁜 지도자를 내 손으로 뽑았다는 건 부분적으로 책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도자를 뽑는데 어리석은 결정을 반복해온 인지적 편견’은 인간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허세를 부리고 자신만만한 사람을 추종하는 건 본능이라는 거죠. 진화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과거 석기시대의 조상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신체 능력을 과시하는 강한 사람을 지도자로 추대해서 생존 가능성을 높였어요.

캐머런 앤더슨 교수가 진행한 연구에서도 무능하지만 자만하는 개인이 집단에서 권위를 빨리 확보했습니다. 빌 게이츠 재단에 접수된 연구비 지원신청 결과도 압도적인 어투로 설명한 신청서가 신중하고 기술적인 신청서보다 더 많은 연구비를 지원받았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신체 조건이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고 봅니까? 링컨 대통령을 비롯해서 역대 미국 대통령은 키와 체구가 큰 편이더군요.

“무조건적이라고 할 순 없죠. 그러나 미디어 제국인 미국은 더 그런 경향이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요즘 권력의 자리에는 여성들도 많아지고 있어요. 신체 조건이 선거에 영향을 덜 미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죠.

대개 키와 힘은 위기의 순간에 후보나 지도자가 자신의 위력을 어필하고자 할 때 두드러집니다. 러시아의 푸틴이 왜 상의를 탈의하고 사진을 찍었을까요? 그런 그가 왜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선포했을까요? 신체적 과시, 허세, 공격성을 얼마나 사용하는가… 우리가 지도자를 선출할 때 눈여겨 봐야 할 지점입니다.”

-강력하다는 기분이 들면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위험까지도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환상통제’는 현재 러시아의 터프한 리더를 이해하는 중요한 포인트인 듯합니다만.

“푸틴 대통령은 아마 우크라이나 전쟁을 자신이 모두 통제할 수 있다고 과대평가했을 겁니다. 권력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부작용입니다. 자신이 사건 자체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착각하죠.”

-권력자는 마치 재난 현장의 지휘자처럼, 평범한 사람보다 더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많습니다. 어쩌면 그런 도덕적 딜레마를 현명하게 헤쳐나가는 능력이 현대의 지도자가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생명을 구하려는 지도자도 피치 못해 죽음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리더를 평가할 때는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해요.

첫째, 리더는 피할 수 있었음에도 국민의 목숨을 희생시켰는가. 둘째, 리더가 어떤 선택을 해도 국민들의 목숨이 희생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가.

두 개의 시나리오를 구분하지 않으면 때로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덜 나쁜 결정’을 한 좋은 지도자를 비난하고, 동시에 우연히 ‘운이 좋았던’ 나쁜 지도자를 추앙할 수도 있습니다.

프란시스 드 발은 '침팬지 폴리틱스'에서 침팬지들이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동맹을 맺고 음모를 꾸민다고 발표했다.

-위험한 리더의 3대 요소인 ‘마키아벨리즘, 사이코패스, 나르시시즘’ 중 가장 위험한 증상은 무엇인가요?

“사이코패스입니다. 기본적으로 감정 이입이 불가능한 심각한 질환이기 때문이죠. 사이코패스는 자신이 규칙 위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목적을 위해서는 나이스한 연기로 자신을 숨길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힘에 쉽게 도취되고, 상대의 고통에 무감하기 때문에, 권력을 행사할 때 잔인한 행동을 보이지요.”

-비싼 차 운전자일수록 횡단보도에서 돌진한다는 실험도 흥미롭더군요. 실제로 권력에 취할수록 타인의 상황과 기분을 읽는 능력이 떨어진다고요.

“그들은 규칙이나 위계 아래 있는 사람들을 추상적으로 인식해요. 존중하고 대접할 필요성을 못 느끼죠. 가령 제가 인터뷰했던 유명한 지도자들은 인터뷰가 진행되는 식당이나 카페의 종업원을 없는 사람 취급할 때도 있었어요. 무례한 것으로 힘을 과시하면서요.

사람의 됨됨이를 평가할 수 있는 정확한 척도는 ‘그가 나보다 권력이 센 사람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아니라 나보다 약한 사람을 어떻게 대하느냐’입니다.”

-사이코패스적인 특징을 가진 의원들, 양복 입은 뱀들은 최상위층까지는 더 빨리 올라가지만, 일반적인 뇌를 가진 사람보다 덜 유능한 경향이 있다는 게 사실인가요?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 텐 브린케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사이코패스 기질의 의원들은 일반적인 의원들보다 재선 확률은 높지만, 법안 통과율은 더 낮았어요. 사이코패스 경향의 헤지펀드 매니저들도 높은 충동성과 무분별한 위험 감수로 큰돈을 잃고 성과가 감소했죠. 그들은 더 빨리 승진하지만, 기대만큼 해내지 못합니다.”

선거의 빛과 그림자를 다룬 영화 '킹메이커'.

-더 많은 감시를 받는데도 권력자들이 부주의한 행동을 멈추지 않는 건 왜 그런가요? 한국 민심은 ‘공정’ 이슈에 민감해서 군대, 취업, 진학 등에 비리가 있는 공직자는 심각한 타격을 입기도 해요.

“그들은 사건이 터질 때까지, 자신이 감시받고 있다는 것과 자기가 한 행동이 초래할 결과를 제대로 상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 정확히 보면 권력자들이 더 많은 부패를 저지르는 것은 아닙니다. 더 면밀한 조사를 받기 때문에 더 부패한 것처럼 부각되는 거죠.

부정직한 두 사람이 있다고 칩시다. 우리는 더 유명한 사람을 손가락질합니다. 둘 다 음주운전을 하고, 논문을 베끼고, 취업을 청탁했음에도 스포트라이트는 유명인을 더 냉혹하게 비추죠.”

-훌륭한 제도가 정말 훌륭한 리더를 끌어들일 수 있을까요?

“분명한 건 나쁜 시스템은 악한 리더를 배출한다는 겁니다. 벨기에에서 괜찮은 리더였던 레오폴드 2세는 식민지 콩고에서는 착취를 일삼고 인간동물원까지 만든 최악의 리더가 됐습니다. 똑똑한 설계로 권력의 자리에 올라서는 안 되는 사람을 걸러낼 수 있어요. 이를테면 어둠의 3요소와 관련된 심리검사를 할 수도 있죠.

권력에 굶주린 이들을 공천하는 대신, 권력지향적이지 않은 청렴한 전문가들을 찾아가 공직에 나오도록 설득하는 데 더 많은 재원을 투입하면 됩니다. 양심과 자제력을 갖춘 사람이 공직에 나서도록! 가끔은 그런 멋진 사람이 최고의 지도자가 되기도 하죠”

-현재 우리가 덜 나쁜 지도자를 뽑아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라면 어떤 마음가짐으로 투표하면 좋을까요?

“유권자 스스로 자신의 권력의지를 점검해 보세요. 그런 다음 공직에 진심이고 청렴하며, 권력의 범위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향상할 거라고 기대되는 후보에게 투표하세요. 투표용지에 그런 후보가 하나도 없다면, 어떤 방법으로 제도를 개선해서 더 좋은 후보를 낼 수 있을지 고민을 시작하세요.”

3월 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벽보가 붙은 거리.

-마지막으로 어떻게 하면 우리가 현명한 지도자를 가질 수 있을지 실천적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오만한 나르시시스트들이 활개 치지 않도록 지원자 풀을 늘리세요. 자격 있는 지원자가 나서지 않으면 알래스카의 외딴 마을처럼, 범죄자가 경찰에 뽑혀서 치안을 담당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나쁜 지도자들의 나쁜 결정을 감시하도록, 무작위로 선출된 제3의 감독 기관을 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무엇보다 최선은 사이코패스, 마키아벨리스트가 권력을 얻고자 시도할 것이라고 미리 가정하고 제도를 설계하는 거죠. 리더십에는 운이 작용하기에, 제도의 구멍을 막는 것이 훨씬 이롭습니다. 최악의 상황을 시뮬레이션해서 제도를 만든다면 사회는 반드시 더 나아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