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리다임 본사 전경. /솔리다임 제공

SK하이닉스가 미국 낸드플래시 자회사 솔리다임의 몸집 키우기에 나선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나스닥 상장을 겨냥해 5조~10조원 규모 프리 기업공개(IPO) 등을 포함한 다양한 투자 유치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때 완전자본잠식까지 겪었던 솔리다임은 최근 흑자 전환과 기업용 SSD(eSSD) 시장 2위 지위를 발판 삼아 독자적 자금조달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솔리다임은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와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를 주관사 후보로 두고 글로벌 대체자산운용사와 해외 국부펀드 등을 상대로 투자 의사를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전일 관련 사안이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 없다는 공시를 냈지만, 솔리다임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와 외부 재무 보고를 총괄할 임원을 채용 중인 사실이 확인되면서 상장 준비 작업이 실제로 진행되고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일각에서는 솔리다임이 책정한 목표 기업가치가 50조원 수준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솔리다임의 4비트(QLC) 낸드 기술력과 초고용량 eSSD 라인업이 그동안 SK하이닉스 통합 실적 안에 가려져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인식이 반영된 규모로 해석된다. 실제 솔리다임은 122테라바이트(TB)급 세계 최대 용량 QLC eSSD를 세계 최초로 출시하는 등 대용량 스토리지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를 다져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자금조달 움직임의 배경을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호황이 지속되는 지금이 밸류에이션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 적기라는 판단으로 보고 있다. 국내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이클이 마지막 기회라는 건 AI 인프라 열풍이 꺼지기 전에 최대한 회사 가치를 높게 상정해서 많은 자금을 끌어와 회사 체급을 키우려는 것"이라며 "특히 기업용 스토리지 솔루션 기업의 체급이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다만 이면에는 솔리다임의 취약한 재무구조도 자리하고 있다. 솔리다임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8조원에 가까운 누적 순손실을 냈고, 2024년 상반기엔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9060억원까지 떨어지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였다. 이를 메우기 위해 SK하이닉스가 대여한 운영자금은 2025년 초 기준 누적 11조3196억원까지 불어난 상태다. 2024년 연간 흑자로 돌아서며 완전자본잠식에서는 벗어났지만, 같은 해 부채비율은 4484억6000만원 규모가 아니라 4484.6%에 달해 통상 적정 수준(200% 이하)의 약 14배를 웃돈다. 흑자 전환에도 불구하고 재무 안정성 자체는 여전히 취약한 셈이다.

설비 노후화 문제도 여전한 과제로 꼽힌다. 솔리다임의 유일한 해외 생산기지인 중국 다롄 팹은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통제로 극자외선(EUV) 등 첨단 설비 반입이 사실상 막히면서 당초 계획했던 증설·고도화가 좌초된 바 있다. 이 때문에 SK하이닉스 낸드 생산량의 약 30%를 담당하는 핵심 거점임에도 설비 전환 지연과 수율 개선 정체가 반복돼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낸드 업황이 반등하면서 SK하이닉스가 다롄 팹 투자를 다시 저울질하는 분위기지만, 미중 갈등이 지속되는 만큼 대규모 증설보다는 제한적 전환 투자부터 추진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솔리다임의 자본구조 정상화와 SK하이닉스의 차입 부담 완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지만, 지정학 리스크와 설비 노후화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목표한 밸류에이션 눈높이를 투자자들에게 그대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