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CXMT 기업 로고./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최대 D램 업체 창신메모리 테크놀로지(CXMT)가 상하이 커촹반 상장을 위해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분석한 결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설비 투자와 관련된 내용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장기적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위협 요소로 꼽히던 중국 HBM 굴기가 적어도 이번 대규모 투자 계획에서는 가시화되지 않은 셈이다.

8일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세미애널리시스에 따르면 CXMT의 증권신고서 원문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HBM 설비 투자 프로젝트가 빠졌고 HBM에 대한 언급이 아예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번 기업공개(IPO)의 핵심은 범용 D램 제조·기술 기반 강화이며, 단기 HBM 증설에 대한 자금 공약은 담기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실제 CXMT가 제출한 서류상에는 295억위안(한화 5조7000억원) 규모의 조달자금이 전액 범용 D램 생산라인 고도화와 차세대 D램 연구개발에 배정됐으며, 별도로 HBM 프로젝트 항목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하반기 CXMT는 HBM 패키징 전용 설비를 구축하고 화웨이에 샘플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HBM 시장 진입에 대한 우려가 국내외에서 확산됐다. 그러나 이번 대규모 투자 공시에서 HBM이 빠지면서, '중국발 HBM 공습' 시나리오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시장이 CXMT를 주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고부가가치 메모리 제품인 HBM 시장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세 곳이 사실상 과점하고 있는데, 여기에 중국 업체가 진입할 경우 가격 결정력과 공급망 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번 공시는 그 우려의 시점을 앞당길 근거가 아직 부족하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실제 생산능력 측면에서도 CXMT의 HBM 전환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세미애널리시스는 2025년 말 CXMT의 전체 캐파(약 26.5만장/월) 중 HBM 배정 물량은 약 5000장으로 전체의 2%에 못 미친다고 추정했으며, 2026년 말 3만장, 2027년 말 5.5만장 수준으로 완만하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2025년 매출의 99%가 기존 PC, 모바일 등 범용 D램 제품에서 나왔다는 증권신고서 공시 내용도 이런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술 완성도 측면에서도 격차가 확인된다. 반도체 장비업체 관계자는 "현재 CXMT가 개발한 것으로 추정되는 HBM3(4세대 HBM) 8단 제품은 종합 수율을 25%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며 "현 시점에서수율, 품질로는 중국 이외 고객사 납품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증권신고서에 명시된 주요 고객사(알리바바클라우드, 텐센트, 바이트댄스, 레노버, 샤오미 등)도 모두 기존 범용 D램·DDR5 거래처로, HBM 관련 계약은 별도로 적시되지 않았다.

CXMT가 HBM 설비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배경으로는 HBM 생산의 핵심 공정인 TSV(실리콘관통전극) 적층 수율 등 기술적 난도와 미국 수출통제로 인한 첨단 장비 접근 제한이 꼽힌다. CXMT가 미 국방부와 상무부의 견제를 받고 있는 만큼, 증권신고서에 AI 가속기용 HBM 투자 계획을 명문화할 경우 추가 규제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거론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IPO 조달금과는 별도 자금 경로(국유펀드·지방정부 자금 등)로 HBM 투자금이 조성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HBM 투자 자체를 하지 않는다기보다는, 이번 조달금의 용처가 아니라는 해석이다.

중국 사정에 정통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2027년이나 2028년을 기점으로 HBM 캐파가 현재 대비 10배 이상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한다"면서도 "다만 현재로서는 CXMT의 HBM 드라이브가 본격화됐다고 보기는 이르며, 향후 IPO 자금 집행 속도와 정부 정책 방향이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