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올해 주요 사업 예산 편성이 인공지능(AI) 중심으로 재편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명에 'AI' 또는 '인공지능'이 포함된 주요 사업 예산은 지난해보다 4배 이상 늘어난 반면, 디지털플랫폼정부와 클라우드 산업 육성, 국민 디지털 교육 관련 주요 사업 예산은 70% 가까이 줄었다.
이를 두고 NIA의 공공 디지털 정책 무게추가 플랫폼·클라우드 기반 구축과 국민 디지털 역량 강화에서 AI 인프라와 공공 AI 서비스 확산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기존 디지털정부 기반 사업과 국민 대상 디지털역량강화교육 사업이 동시에 축소되면서 정책 연속성과 디지털 격차 문제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8일 조선비즈가 NIA의 2026년 주요 사업 예산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업명에 'AI' 또는 '인공지능'이 포함된 주요 사업 예산은 1644억4800만원으로, 전년(396억8000만원)보다 314% 늘었다. 1년 만에 4.14배로 증가한 것이다. 이는 사업명 기준 단순 합산으로, 세부 사업 내용에 따라 실제 AI 직접 관련 예산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반면 디지털플랫폼정부 주요 3개 사업과 클라우드컴퓨팅산업육성, 디지털역량강화교육 예산을 합산한 금액은 올해 269억4800만원으로, 전년(847억2600만원)보다 68% 감소했다.
◇ 디지털정부·클라우드·교육 주요사업 예산 일제히 축소
디지털플랫폼정부는 윤석열 정부가 대표 디지털 정책으로 추진했던 사업이다.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는 2022년 9월 공식 출범했다. 당시 정부는 데이터 개방·활용 환경을 조성하고, 첨단기술을 활용해 정부의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NIA의 2026년 주요 사업 예산을 보면 디지털플랫폼정부 관련 주요 사업은 대폭 축소됐다. '디지털플랫폼정부 국민체감 선도 프로젝트' 예산은 지난해 104억9700만원에서 올해 13억7500만원으로 87% 줄었다.
'디지털플랫폼정부 혁신서비스 개발 테스트베드 제공' 예산은 186억3800만원에서 8700만원으로 사실상 대폭 축소됐다. '디지털플랫폼정부 국가데이터서비스 API 기반 구축' 예산도 104억4000만원에서 44억8100만원으로 57% 줄었다. 이들 3개 사업 예산은 지난해 395억7500만원에서 올해 59억4300만원으로 85% 감소했다.
클라우드 산업 육성 예산도 줄었다. NIA의 '클라우드컴퓨팅산업육성' 예산은 2023년 302억6300만원에서 2024년 288억2200만원, 2025년 142억4900만원으로 감소했고, 올해는 44억7300만원까지 낮아졌다. 지난해보다 약 69%, 2023년보다 약 85% 줄어든 규모다.
국민 대상 디지털 교육 예산 역시 축소됐다. '디지털역량강화교육' 예산은 지난해 309억200만원에서 올해 165억3200만원으로 46.5% 줄었다. 이 사업은 고령층과 장애인, 농어업인, 다문화가정 등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사용법, 키오스크 이용, 모바일 금융, 전자정부 서비스 이용 등을 지원해 온 디지털 포용 사업이다. 다만 NIA 측은 예산 감소가 디지털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배움터 교육' 예산 분담을 올해부터 각 지방자치단체가 맡게 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 공공 AI·컴퓨팅 인프라 예산은 대폭 확대
반면 AI 관련 주요 사업은 새로 편성되거나 확대됐다. 올해 NIA 주요 사업에는 '공공부문 AI 서비스 지원사업' 206억800만원, 'AI 컴퓨팅 자원 활용기반 강화' 150억원, '전국민 AI 활용서비스 개발환경 조성' 125억원이 신규 반영됐다.
이 밖에 'AI AGENT 선도국가사업' 100억원, '국산 NPU 기반 AI CCTV 전환' 100억원, '고성능 AI 네트워크 기반 조성사업' 83억원, 'AI 응용제품 신속상용화 지원사업' 75억원 등도 새로 편성됐다.
사업명에 AI·인공지능이 포함된 주요 사업을 단순 합산하면 관련 예산은 지난해 396억8000만원에서 올해 1644억4800만원으로 늘었다. 증가액은 1247억6800만원이다. 다만 이는 사업명 기준 단순 합산으로, 세부 사업 내용에 따라 AI와 직접 관련된 예산 범위는 달라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예산 재편을 두고 정부 디지털 정책의 우선순위가 AI 인프라와 공공 AI 서비스 적용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디지털플랫폼정부와 클라우드, 국민 디지털 교육 관련 주요 사업 예산이 함께 줄어든 만큼 AI 전환 과정에서 기존 디지털 기반 사업과 디지털 포용 정책이 위축되지 않도록 균형 있는 예산 운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NIA 관계자는 "정부 국정과제 기조에 맞게 예산 편정이 된 것"이라며 "예산 이름이나 항목은 (AI 등으로) 달라졌지만 기존에 추진했던 정책 유지를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