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7일 수원사업장에서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 사업부의 상반기 글로벌전략회의를 열었다. 노태문 DX부문장(사장) 주재로 진행된 이번 회의는 정례 점검 이상의 무게를 띤다. 특히 위기의 TV 사업 재건과 플랫폼 사업 확대 등이 이번 회의에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반도체(DS) 부문이 유례 없는 호황을 누리는 것과 달리 완제품(DX) 부문, 그 중에서도 TV와 가전을 담당하는 VD(영상디스플레이)·DA(생활가전) 사업부는 근본적 위기에 봉착해 있다. 현실은 숫자에서 드러난다. 2021년 영업이익 3조6500억원에서 지난해 영업손실 2000억원으로 반전됐다. 올해 1분기 2000억원 흑자로 가까스로 돌아섰지만 하반기 실적 악화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DS투자증권은 올해 VD·DA 영업이익률을 -0.6%로 전망하며, 영업손실이 3260억원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TV 시장 자체도 수축 국면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글로벌 TV 출하량은 4975만대로 처음으로 5000만대 아래로 내려앉았다. 무엇보다 강력한 추격자였던 중국 TV 기업들이 내수 시장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 삼성을 위협하면서 하드웨어 판매만으로 사업을 지탱하던 모델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구조적 위기 앞에서 삼성전자가 택한 답이 이원진 사장 선임이다. VD사업부장은 통상 TV 개발 경력을 쌓은 기술진이 맡아왔으나, 이 사장은 구글과 어도비 출신의 마케팅·서비스 전문가로 2014년 삼성전자에 합류해 삼성TV플러스 등 서비스 사업 확대를 주도했다. 비개발 출신이 VD사업부장에 오른 것은 2007년 최지성 전 부회장 이후 약 20년 만이다.
이번 글로벌 전략회의는 이원진 사장이 설계해온 플랫폼 비즈니스 청사진을 전 세계 법인장 앞에서 처음 공식화하는 자리다. 취임 일성으로 "하드웨어 중심 사업을 넘어 칩과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AI 풀스택 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천명한 만큼, 이번 회의에서 그 선언이 구체적 실행 계획으로 전환되느냐가 주요한 의제가 될 것으로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이번 전략회의에서 풀어야 할 가장 급박한 과제는 구조조정의 속도와 범위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6일 중국 본토 내 생활가전과 TV 판매를 공식 중단하고 현지 유통 채널 및 협력사에 통보했다. 1992년 한·중 수교 직후 진출한 이후 34년 만의 철수다. 중국 판매법인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3007억원에서 1681억원으로 44% 급감한 상태였다.
구조조정은 중국에 그치지 않는다. DA 사업부는 식기세척기·전자레인지 등 일부 가전 라인을 외주화하기로 했고, 주요 해외 생산 거점이던 말레이시아 공장 폐쇄도 확정했다. 삼성전자는 1분기 기업설명회(IR)에서 "가전 사업은 경쟁 심화·관세 등으로 수익성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사업 전반에 걸쳐 선택과 집중을 추진하고 있다"고 공식화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중국 철수가 전 사업군에 걸친 포트폴리오 재편의 서막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나온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번 회의에서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FAST)인 삼성 TV 플러스 등을 수익원으로 키우는 플랫폼화 방안을 비롯해 전 라인업의 AI TV 전환, OS 경쟁력 확보와 애플·구글식 플랫폼 생태계를 TV 산업에 이식하는 시도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