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가 나스닥 상장 3거래일째 고평가 논란 속에 아마존을 제치고 세계 5위 시가총액 기업에 올라섰다. 스페이스X는 성공적인 기업공개(IPO) 후 첫 인수·합병 대상으로 스타트업 애니스피어(Anysphere)를 선택했다. 애니스피어는 AI 코딩 '커서(Cursor)' 서비스를 개발한 회사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향후 회사의 성장 동력을 우주 산업을 넘어 AI 소프트웨어, 개발자 생태계, 기업용 AI 시장에서 찾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스페이스X는 16일(현지 시각)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서류에서 애니스피어를 오는 3분기까지 600억달러(약 90조6300억원) 규모의 전액 주식 교환 방식으로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페이스X는 지난 4월 애니스피어를 600억달러에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면서 처음으로 협력 관계를 맺었다. 만약 인수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스페이스X는 커서에 위약금 15억달러(약 2조2698억원)와 컴퓨팅 자원 85억달러(약 12조8622억원)를 지불해야 한다.
◇ MIT 출신 4명이 선보인 '커서'… 월 매출 폭발적 성장
애니스피어는 MIT 출신 마이클 트루엘(25), 아만 상거(25), 수알레 아시프(25), 아르비드 룬네마크(26) 네 명이 2022년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창업자 모두 '포브스 30세 이하 유망 기업가 30인'에 선정된 바 있다. 애니스피어는 설립 후 짧은 기간 안에 빠르게 성장하며 AI 코딩 시장의 대표 기업으로 자리 잡았고, 수백만명의 개발자가 사용하는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애니스피어의 커서는 바이브 코딩(자연어로 요구 사항을 입력하면 AI가 코드를 구현하는 방식) 열풍을 이끈 대표 서비스 중 하나다. 커서는 개발자가 자연어로 명령을 입력하면 코드 작성, 수정, 디버깅, 리팩토링 등을 자동으로 수행해 주는 이른바 'AI 코딩 에이전트'다. 기존 코드 편집기(IDE)에 AI 기능을 덧붙인 수준이 아니라, AI가 개발자의 작업 흐름을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코드를 생성·수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커서는 앤트로픽의 클로드코드와 오픈AI의 코덱스와 경쟁한다. 커서는 앤트로픽이 클로드 코드를 출시하자, 수세에 몰려 전시 모드로 전환했다. 하지만 해당 전략은 효과를 거뒀다. 애니스피어의 매출은 올 2월 20억달러에서 4월 말 30억달러로 늘었고, 6월 초 40억달러로 집계된다.
◇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에 행동으로 AI 사업 보여줘
스페이스X가 상장 후 애니스피어를 첫 인수·합병 대상으로 발표한 것은 회사의 높은 기업가치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자 AI를 핵심 성장 축으로 선언한 신호이기도 하다.
스페이스X는 이번 인수를 통해 xAI와 결합해 오픈AI와 앤트로픽을 추격할 AI 개발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을 드러냈다. 지난 2월에 xAI를 인수했던 스페이스X는 AI 연구원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모델 성능 향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번 인수로 스페이스X는 개발자 사용자 기반, 실제 코딩 데이터, 기업 고객, AI 코딩 제품을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게 됐다. AI 코딩은 기업들이 AI를 실질적인 수익원으로 전환한 몇 안 되는 분야 중 하나다. 스페이스X가 거대한 콜로서스 수퍼컴퓨터 덕분에 막대한 컴퓨팅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 역시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커서 역시 그동안 컴퓨팅 파워 부족이 성장의 저해 요소였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인수가 스페이스X가 오픈AI와 앤트로픽을 추격하기 위한 핵심 카드로 평가했다.
회사 측은 커서가 코딩 요청 및 설계 결정 등 개발자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게 됨으로써 기존 그록(Grok) AI 모델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스페이스X는 커서 기반 AI 모델과 xAI의 코딩 에이전트인 그록 빌드(Grok Build)를 곧 출시할 것이라 발표했다.
◇ "상장 목적이 적극적인 사업 확장"
이번 인수합병 거래가 현금이 아니라 스페이스X 주식만으로 지급하는 전액 주식 교환 방식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상장을 통해 급등한 자사 주식을 '비싼 화폐'처럼 활용해 대형 AI 기업을 인수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상장 직후 기업들은 재무 안정성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지만, 스페이스X는 상장 직후 곧바로 600억달러 규모 인수합병을 발표하면서, 상장 목적이 단순한 자금 조달이 아니라 적극적인 사업 확장이라는 점을 시장에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