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산시장 후보들의 게임 산업 관련 공약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년 부산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G-STAR)가 관람객 감소와 참가사 이탈 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지만, 정작 후보들은 일회성 공약을 내세우는 데 그친 탓이다. 게임업계에서는 "부산이 지스타를 마치 잡은 물고기처럼 여기고 있어 관심과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3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된 공약집에 따르면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는 "고부가가치 서비스업(게임·콘텐츠·MICE)을 축으로 전략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며 e스포츠진흥재단 부산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e스포츠진흥재단은 e스포츠 대회 개최와 국제 교류, 선수 양성, 산업 조사·연구 등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전 후보는 이를 통해 부산을 e스포츠 산업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e스포츠 산업은 대회 운영·중계·선수단을 아우르는 생태계 구축이 필수적인 만큼 국내 주요 e스포츠 리그와 대회 대부분은 서울에서 열린다. 심지어 부산 연고 구단인 BNK 피어엑스 역시 서울에서 경기를 치르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재단 유치만으로 지역 e스포츠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e스포츠진흥재단 설치는 지난해 대선 당시 민주당 부산시당 선거대책위원회가 제시했던 공약을 되풀이한 수준이다. 업계에서 기대한 게임 산업 육성 방안이나 지스타 경쟁력 강화 대책, 게임 기업 유치 전략 등은 공약집에 담기지 않았다.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는 게임 관련 공약으로 부산진구 지역에 e스포츠 전국 대회를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공약은 리그오브레전드(LoL) 대회 유치를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LoL 주요 대회는 개발사인 라이엇게임즈가 지역별 순회 방식으로 개최지를 선정하는 만큼 지자체의 의지만으로 성사되기는 어렵다. 또 대회가 개최되더라도 지역 게임 산업 생태계 조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후보들이 e스포츠 행사 유치에 집중하는 사이 정작 부산 게임 산업의 핵심 현안인 지스타 경쟁력 강화 방안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지스타는 부산을 대표하는 행사이자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로, 2028년까지 부산 개최가 확정돼 있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스타 2023의 경제적 파급 효과만 무려 3036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지스타의 경쟁력은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관람객 수는 20만2000명으로 전년보다 1만명 이상 감소했다. 주요 게임사들의 이탈도 이어져 지난해 행사에는 2024년 메인 스폰서를 맡았던 넥슨이 불참했고, 펄어비스 역시 참가하지 않았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메인 스폰서를 맡으려는 기업을 찾기 쉽지 않은 분위기"라며 "부산시가 지스타를 통해 얻는 경제 효과가 큰데 정작 행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은 과거 선거와도 대조돼 아쉬움을 부른다.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오거돈 후보는 '게임 산업 진흥 8대 공약'을 발표하며 지스타 위상 강화, 게임 콘텐츠 산업 단지 조성, 100억원 규모 게임 콘텐츠 투자 펀드 조성 등을 내세운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무관심이 지속될 경우 지스타가 애니메이션·게임 행사 AGF(Anime X Game Festival)에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AGF는 지난해 10만518명의 관람객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약 40% 성장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불꽃 축제나 콘서트에는 셔틀버스를 지원하면서도 지스타에는 별다른 지원책이 없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형준 후보 캠프 관계자는 "지스타를 주최하는 한국게임산업협회와 참가 업체들이 비용 부담, 관람객 감소 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지스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유관 산업 확장 방안 등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