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D램 업체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가 자사 홈페이지에 공개한 글로벌 기업 소개 지도에서 한국이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추격해온 이들이 보여준 '한반도 공백' 지도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와 한국 대체 야심이 투영된 상징적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29일 CXMT 홈페이지에 따르면 회사 소개(About CXMT) 페이지에 중국을 중심으로 동심원 형태의 영향권을 표시한 지도 이미지가 게시돼 있다. 이 이미지에는 중국 본토와 일본 열도 등이 표시돼 있지만,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위치한 한국은 식별되지 않는다.

CXMT 홈페이지 소개 페이지. 중국 대륙과 일본 열도 사이 한반도 부분이 누락되어 있다./CXMT 캡처

CXMT 홈페이지 화면을 보면, 중국 본사 위치를 중심으로 푸른색 동심원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그래픽이 적용돼 있다. 이 과정에서 동쪽으로는 일본 열도의 형태가 비교적 뚜렷하게 표현된 반면, 중국 본토 바로 옆에 위치해야 할 한반도 지형은 아예 지워진 채 바다와 유사한 배경색으로 처리돼 있다. 지리적으로 훨씬 먼 일본이나 다른 지역이 뚜렷하게 표현된 것과 비교하면,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강국인 한국의 위치만 인위적으로 누락된 형태다.

업계 일각에선 이를 단순 그래픽 오류나 해프닝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중국은 지도 표기에 대해 강한 정치적 민감성을 보여온 국가다. 실제로 중국 당국은 과거 외국계 기업 홈페이지 지도 등에 자국 영토 표기가 기준과 다르다는 이유로 시정 명령과 벌금을 부과하며 철저한 통제를 가해왔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중국 특유의 지도 인식 문화를 고려할 때, 자국 반도체 굴기의 선두 주자인 CXMT가 홈페이지 지도에서 한국을 지워버린 연출도 명백한 의도가 투영된 결과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CXMT는 2016년 설립된 중국 대표 D램 제조기업이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성장한 이들은 컴퓨터용 D램(DDR4·DDR5)부터 스마트폰용 모바일 D램(LPDDR5·LPDDR5X)까지 제품군을 빠르게 넓히며 중국 내수 시장과 범용 반도체 시장에서 체급을 키워왔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선두 기업들이 고부가가치 인공지능(AI) 메모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최첨단 미세공정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일반 범용(레거시) D램 생산을 줄이자, CXMT가 그 빈자리를 채우며 독자적인 성장 기회를 잡았다. 최근 HBM 개발에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등 한국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나아가 최근엔 생산능력 확대와 차세대 메모리 연구개발(R&D)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중국 증시 상장(IPO)을 본격화하며 수십억달러 규모의 사전 투자 유치에 나선 상태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통제 강화 이후 서버·AI·모바일 전반에서 국산화 속도를 높이고 있는 중국 반도체 산업의 흐름을 볼 때, 자본시장 진입을 앞둔 CXMT의 공격적인 외형 확장은 향후 글로벌 메모리 공급망 판도를 뒤흔들 새로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실제로 CXMT는 그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출신 인력 영입, 기술 확보 논란 등으로 국내 업계의 지속적인 경계 대상이 돼 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메모리 기업들이 대규모 자금 조달로 자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한국을 대체 타깃으로 삼은 것인 만큼, 이번 지도 연출 역시 단순한 디자인 실수가 아닌 한국 메모리 산업을 겨냥한 경고장으로 짚어볼 대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