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전기 스포츠카 '페라리 루체'의 드라이버 비너클./페라리

삼성디스플레이가 페라리의 신차 '페라리 루체'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4종을 단독 공급한다고 26일 밝혔다.

페라리는 전날 이탈리아에서 '월드 프리미어' 행사를 개최하고 전기 스포츠카 '페라리 루체'를 공개했다. 루체에는 ▲운전석 앞 드라이버 비너클 ▲공조 시스템과 미디어 등을 제어하는 제어 패널 ▲뒷좌석 공조 시스템을 제어하고 주행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뒷좌석 제어 패널 등이 탑재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루체에 접목된 3종의 디지털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12.9형, 12형, 10.1형, 6.3형 OLED를 공급한다.

페라리가 이번 신차에 속도계·주행 정보 등을 포함하는 클러스터 구조물인 드라이버 비너클을 접목했다. 전통적으로는 구동계와 맞물린 바늘이 기계식으로 움직이며 정보를 표시한다. 그러나 페라리는 이번 신차에 삼성디스플레이와 협력해 비너클에 12.9형과 12형 OLED 두 장을 적용했다. 두 OLED 디스플레이가 입체적으로 겹치는 다층 구조 설계(multi-layered display)를 업계 최초로 적용하며 시장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아래층에 위치하는 12형 패널은 기본 배경과 눈금(인덱스)을 표시한다. 위층에 겹쳐지는 12.9형 패널에는 1층 패널의 이미지를 보기 위한 3개의 원형 홀이 있고, 홀 주변부에서 실시간 토크(회전력)를 표기하거나 팝업 메시지, 경고등 등의 정보를 표시한다.

삼성디스플레이 측은 다층 구조 설계에 대해 "기존 2차원(D) 디지털 디스플레이와 차별화되는 아날로그적 실재감을 구현해 냈다"며 "패널과 패널 사이 공간을 토대로 바늘이 물리적으로 움직이며 운전자에게 한층 더 입체적이고 공간감 있는 조작 경험을 선사한다"고 전했다.

페라리 전기 스포츠카 '페라리 루체'의 제어 패널./페라리

삼성디스플레이는 페라리 디자인에 맞춰 '빅 홀' 가공 기술력을 제품에 적용했다. 통상 스마트폰 전면 카메라용 홀의 지름은 5㎜ 이내인데, 이번 루체 드라이버 비너클에 적용된 홀의 지름은 20배에 달하는 약 100㎜다. 절단부에서 OLED 유기물과 습기 및 공기의 접촉을 막는 정교한 박막봉지(TFE) 기술은 물론, 구동 신호가 빅 홀을 우회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신호 왜곡 및 이로 인해 화질 균일도가 떨어지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신호별 특성에 최적화된 독자 설계를 적용, 신호 왜곡과 지연을 최소화해 균일하고 안정적인 화질을 구현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019년 업계 최초로 홀 디스플레이를 상용화하는 등, 화면 표시 영역 위에 홀을 뚫는 'HIAA'(Hole in Active Area) 기술을 오랜 기간 적용하며 관련 설계 및 제조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보유한 HIAA 기술 관련 특허는 500건 이상이다.

10.1형 OLED는 공조 시스템과 미디어 등을 조작하는 중앙 제어 패널에 탑재된다. 여기에도 HIAA 기술이 적용됐다. 제어 패널 상단에 위치한 멀티그래프는 시계, 스톱워치, 나침반 등 모드를 바꾸며 다양한 정보를 디지털로 표기한다. 여기에는 실제 기계식으로 작동하는 바늘 3개가 패널 위에 뚫린 작은 홀을 통해 고정돼 360도 회전 작동한다. 6.3형 OLED는 센터콘솔 뒤쪽에 위치한 뒷좌석 승객용 제어 패널에 탑재돼, 승객도 주행 정보를 직접 확인하고 공조 장치를 제어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OLED는 기존 LCD와 달리 백라이트가 필요 없고 구조가 단순해 자유로운 디자인 가공이 가능하다. 삼성디스플레이 측은 "페라리는 패널이 비너클 내부의 모듈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기를 기대했다"며 "삼성디스플레이는 여기에 맞춰 OLED를 네모반듯한 모양이 아니라 여러 직선과 곡선으로 이뤄진 자유 형태로 가공해 페라리의 설계 자유도를 높였다"고 전했다.

OLED의 두께가 액정표시장치(LCD)보다 얇다는 점도 페라리의 디자인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힌다. 항상 백라이트를 켜둬야 하는 LCD와 달리 OLED는 이미지를 표시할 부분의 픽셀만 켜면 돼 차량의 전력 효율을 높일 수도 있다.

에르네스토 라살란드라 페라리 최고 연구개발 총괄은 "삼성디스플레이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완벽한 통합을 추구하는 페라리 루체의 디자인 철학을 완벽하게 뒷받침해 주었다"며 "페라리 루체에 구현된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스템은 페라리의 헤리티지와 미래지향적 기술이 조화를 이루는 전례 없는 디지털 콕핏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형 삼성디스플레이 중소형사업부장(부사장)은 "루체는 어떤 디자인이든 구현할 수 있는 OLED의 기술 우위를 입증하고 삼성디스플레이의 오랜 노하우를 집약해 선보일 수 있는 기념비적 차량"이라며 "앞으로도 미래형 차량 디자인의 지평을 확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솔루션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