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챗GPT 달리

"작년만 해도 모바일경험(MX)사업부 영업이익이 잘 나와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선인 연봉의 50%가 적용됐지만, 올해는 부품가격 상승 탓에 성과급이 크게 줄어들 것 같아 불안하다.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올해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나는 데다 성과급 상한선마저 없어지면 MX사업부와 격차가 크게 벌어질 것 같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삼성전자 MX사업부 A씨)

삼성전자 성과급 갈등이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을 넘어 MX사업부로도 번지고 있습니다.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DS부문이 OPI 상한 폐지를 요구하는 가운데, 스마트폰 사업을 맡은 MX사업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반도체 호황의 과실은 DS가 가져가고, MX에는 부품 원가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 10년간 시설투자 424조원… 83%가 반도체

20일 조선비즈가 삼성전자 사업보고서 10년치(2016~2025년)를 분석한 결과, 2016년부터 2025년까지 시설투자 누적액은 424조4503억원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반도체 투자액은 353조2395억원으로 전체의 83.2%를 차지했습니다. 2021년까지 DS부문에 포함됐던 디스플레이패널 투자와 2022년 이후 별도 공시된 삼성디스플레이 투자를 더하면 부품 사업 투자액은 400조7558억원으로 늘어납니다. 지난 10년간 전체 시설투자의 94.4%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 사업에 집중된 것입니다.

MX사업부 직원들의 불만은 이 지점에서 나옵니다. 스마트폰 사업이 호황일 때 MX사업부 직원들은 OPI 상한선에 막혀 초과이익을 모두 보상받지 못했고, 회사 차원의 투자 여력이 상당 부분 반도체 사업으로 배분됐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반대로 올해처럼 반도체 업황이 좋아진 국면에서 DS부문만 OPI 상한 폐지 효과를 누리게 되면 사업부 간 보상 격차가 과도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삼성전자의 OPI는 사업부별 초과이익을 기준으로 연 1회 지급되는 성과급 제도입니다. 사업부 실적이 연초 목표를 넘으면 경제적 부가가치(EVA) 등을 기준으로 재원을 산정하고, 개인별로는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되는 구조로 알려져 있습니다. 노조 측은 현행 OPI 상한을 폐지하고, 성과급 재원 산정 기준을 영업이익과 연동해 제도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반도체 가격 상승이 삼성전자 안에서도 사업부별로 정반대 효과를 낸다는 점입니다. DS부문에는 메모리 가격 상승이 실적 개선 요인이지만, 스마트폰을 만드는 MX사업부에는 핵심 부품 원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반도체 호황이 한쪽에는 성과급 확대 기대를, 다른 한쪽에는 OPI 축소 우려를 동시에 만들고 있는 셈입니다.

반도체 호황이 내부 갈등 변수로… 리스크는 전사 부담, 보상은 DS 집중

반도체에 대한 대규모 투자 리스크는 전사가 함께 부담해왔는데, 보상은 사업부별 초과이익을 기준으로 갈라진다는 점이 삼성전자 내부에서 불만을 키우고 있습니다. 반도체는 대규모 선행 투자가 필요한 산업으로, 불황기에는 회사 전체 실적을 흔들 정도로 손실이 커질 수 있지만, 호황기에는 막대한 이익을 낼 수 있습니다. 지난해 삼성전자 DS부문은 24조9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전사 영업이익(43조6000억원)의 57.1%를 차지했습니다. 작년 MX·네트워크 사업부의 합산 영업이익은 12조9000억원으로 전사 이익의 29.6%를 담당했습니다.

지난해 반도체 실적이 전사 수익성을 이끈 것은 맞지만, 과거 모바일 사업 역시 삼성전자 이익의 핵심 축이었습니다. 현재 MX·네트워크 사업부와 과거 IM부문은 조직 범위가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과거 스마트폰 전성기였던 2013년 IM부문은 영업이익 24조9600억원을 기록하며 당시 삼성전자 전사 영업이익(36조7900억원)의 67.8%를 차지했습니다.

삼성전자 MX사업부의 한 직원은 "반도체가 어려울 때는 전사 실적 악화를 함께 감내했는데, 좋아질 때는 DS만 성과를 가져가는 것처럼 보이면 내부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사업부별 성과를 인정하더라도 전사 차원의 투자와 리스크 분담을 보상 체계에서 어떻게 반영할지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했습니다.

◇ 원가 부담 커진 MX… "올해 OPI 줄어들라" 불안 확산

MX사업부 안팎에선 "올해는 반도체 등 원가 부담 탓에 초과이익이 급감해 성과급이 감소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사업은 부품 가격 상승에 민감합니다. 메모리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디스플레이 등 핵심 부품 단가가 오르면 판매 가격을 올리거나 수익성을 낮춰야 합니다. 소비자 가격을 무작정 올리기 어려운 만큼 부품값 상승분은 MX사업부 이익률을 압박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반면, DS부문은 메모리 가격 상승이 매출과 영업이익 개선으로 이어집니다. 인공지능(AI) 서버 수요 확대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제품 수요 증가로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DS부문 직원들 사이에서는 불황기를 견뎌낸 만큼 호황기 초과이익을 더 많이 공유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확산 중입니다.

삼성전자는 사업부별 독립채산 성격이 강한 회사입니다. 각 사업부의 실적과 성과를 기준으로 보상하는 체계는 구성원에게 명확한 동기부여를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도체처럼 전사 자금력과 신용, 장기 투자 여력이 필요한 사업의 경우 특정 사업부 실적만으로 성과를 나누는 방식이 다른 사업부 직원들에게 박탈감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MX사업부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스마트폰 사업이 벌어들인 이익이 회사 전체 투자 재원으로 활용됐고, 그중 상당 부분이 반도체 투자로 이어졌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MX사업부는 갤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 웨어러블 기기 등을 판매하며 삼성전자의 안정적인 현금 창출원 역할을 해왔습니다. 반도체 업황이 꺾였을 때도 스마트폰 사업은 전사 실적을 방어하는 축이었습니다.

결국 삼성전자 성과급 갈등의 핵심은 "누가 얼마를 벌었느냐"만이 아니라 "누가 어떤 리스크와 투자를 함께 부담했느냐"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반도체 업황 회복이 삼성전자 전체 실적에는 호재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사업부별 보상 격차와 형평성 논란을 키우는 변수가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