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수백대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드론을 공격에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전장은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무인지대(No Man's Zone)가 됐습니다. 진입하는 순간 드론의 공격을 받아 즉사할 위험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미코 히포넨 센소퓨전(Sensofusion) 최고기술책임자(CRO)는 20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조선일보 제17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서 "드론은 우리가 전쟁을 치르는 방식을 바꿨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센소퓨전은 군사용 드론 방어 시스템을 만드는 핀란드 기업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드론전(戰)이 현대전의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적군의 드론 공격을 사전에 포착하고 무력화하는 방어 시스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는 이날 '드론과 사이버 전쟁: 기술이 재편하는 현대전의 전선'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션에서 현대전의 양상이 드론 군집전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히포넨 CRO는 "오늘날 전쟁은 과거와 달리 기술로 정의되고, 핵심축은 드론과 사이버 공격이다"라며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은 한 번의 공격에 드론을 대량으로 사용하는 게 일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공격에 투입되는 드론의 종류도 상공을 날아다니는 항공 드론부터 지상 드론, 해상 드론, 수중 드론까지 다양하다.
나아가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수중 드론으로 러시아 잠수함을 공격했다"며 "수중 드론의 비용이 러시아 잠수함의 약 100분의 1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는 비대칭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드론은 잠수함 등의 무기 대비 비용이 낮아 수백대를 군집으로 운용할 수 있어, 저렴한 일회성 공격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드론은 최전선의 범위도 바꿨다. 과거 전쟁에서 전선의 폭은 1~2km, 넓어야 5km였지만, 단거리 드론이 전장에 투입되면서 수십 km로 확대됐다. 히포넨 CRO는 "전장은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무인지대가 됐다"며 "전선에서는 폭발물을 탑재한 쿼드콥터와 옥토콥터가 끊임없이 순찰을 하면서 사살할 목표물을 찾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드론이 처음 전장에 등장했을 때만 해도 '저렴한 비행기'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제는 총알로 여겨진다"며 "단거리 드론의 경우 정기적으로 군인을 살해하는 데 사용되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드론이 총알, 수류탄, 포병, 지뢰 등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사상자를 만들어냈다"고 했다.
드론이 중심이 된 공격에 대응하려면 기존 방어체계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히포넨 CRO는 강조했다. 그는 "전통적인 방공 시스템은 전투기와 폭격기, 미사일처럼 고속으로 비행하는 단일 표적에 초점을 두고 대응했다"며 "그러나 드론은 크기도 작고, 대규모로 운용되고, 저속으로 낮게 비행하기 때문에 레이더 같은 장비로 정확하게 포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센소퓨전을 비롯한 방산 업계는 전장에서 무선 주파수 센서, 광학 센서, 적외선 센서, 음향 센서, 레이더 센서 등 각종 센서 데이터를 수집해 드론 전용 탐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목표는 적군의 드론 탐지 능력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아군의 드론 노출은 최소화하는 것이다. 히포넨 CRO는 "적군의 드론을 탐지한 뒤에는 재밍(전파방해), 전자기 펄스(EMP) 공격으로 드론의 작동을 방해하거나 소형 인터셉터 드론을 띄워 대형 날개형 드론을 격추하는 방식으로 방어를 시작한다"며 "우크라이나는 이런 방식으로 러시아 드론의 약 80%를 막아내고 있다"고 했다.
박우진 한화시스템 지상연구소장도 변화하는 전쟁의 양상에 맞춰 한국도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은 "앞으로의 전쟁은 장거리 미사일부터 장사전포, 단거리 드론, 장거리 드론까지 동시다발 공격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데, 새로운 위협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숙제"라며 "다량의 표적이 날아오는 공격 환경에서는 사람이 일일이 판단해 식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인공지능(AI)과 가상 환경에서의 시뮬레이션, 디지털 트윈 기술 등을 기반으로 위협 탐지·식별이 가능한 방어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올해 ALC는 '대변혁의 시대: 새로운 균형을 향하여'를 주제로 20~21일 이틀간 열린다. 믹 멀베이니 미국 백악관 전 비서실장, 제니 시플리 뉴질랜드 전 총리, 2025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조엘 모키어 노스웨스턴대 석좌교수 등 세계 각지에서 온 170여 명의 정치·경제·문화 전문가들이 미국·이란 전쟁 등으로 고조화된 글로벌 위기에 어떻게 대처할지 해법을 모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