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전반에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를 심고 AI 생태계 확장에 속도를 낸다. 안드로이드를 AI 에이전트 기반 지능형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게 목표다. 제미나이는 단순 챗봇을 넘어 크롬 브라우저부터 스마트폰, 노트북, 자동차 등 구글 제품과 서비스 전반을 구동하는 핵심 AI 엔진이 될 전망이다.
애플이 내달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차세대 iOS 플랫폼과 '애플 인텔리전스'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구글이 한발 앞서 AI 중심 안드로이드 전략을 발표한 것이다.
◇ 제미나이 품은 안드로이드, AI 에이전트 플랫폼으로 진화
구글은 12일(현지시각) 열린 '안드로이드 쇼: I/O 에디션'에서 안드로이드용 '제미나이 인텔리전스'를 공개했다. 안드로이드 기기에 통합되는 '제미나이 인텔리전스'는 여러 앱을 넘나들며 이용자의 의도를 파악한 뒤 필요한 작업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기능이다. 스마트폰에 탑재된 이 기능은 이용자의 요가 수업을 미리 예약하고, 지메일에서 업무 보고서를 찾아주고, 생필품을 쿠팡 장바구니에 담아주는 등 필요한 작업을 선제적으로 처리해준다.
구글은 제미나이 인텔리전스를 올 여름 최신 삼성 갤럭시와 구글 픽셀폰에 적용할 예정이다. 연말에는 스마트워치, 자동차, 스마트안경, 노트북 등 주요 안드로이드 기기에도 순차적으로 탑재한다.
AI가 권한을 오남용할 우려에 대해 구글 관계자는 "모든 제어 권한은 이용자에게 있다"며 "제미나이는 이용자의 요청이 있을 때만 작동하고, 작업이 완료되는 즉시 멈추기 때문에 사용자는 마지막 단계에서 최종 확인만 하면 된다"고 했다.
이날 구글은 AI 기반 앱 자동화 기능 외에도 새로운 노트북 플랫폼, 더 똑똑해진 안드로이드용 크롬 브라우저, 바이브 코딩 기반 위젯, 차량용 '안드로이드 오토' 개편, 신규 보안 기능 등을 선보였다. 제미나이를 기반으로 안드로이드 생태계 전반의 사용성을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사미르 사맛 구글 안드로이드 총괄은 "안드로이드를 단순 OS에서 지능형 시스템(Intelligence System)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드로이드가 이용자의 질문에만 답하는 AI 비서에 머무르지 않고 스스로 업무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기반 생태계로 거듭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 에이서·레노버·HP 손잡고 하반기 '구글북' 출시
구글은 제미나이를 기반으로 하드웨어 경쟁력을 높인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구글은 "제미나이 인텔리전스는 프리미엄 하드웨어와 혁신적인 소프트웨어가 결합해 일상 전반에서 필요한 작업을 선제적으로 처리하고 한발 앞서나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구글은 새로운 노트북 제품군 '구글북(Googlebook)'을 선보였다. 구글은 에이서, 에이수스, 델, HP, 레노버 등 주요 PC 제조사와 협력해 다양한 형태와 크기의 구글북 제품을 올해 하반기부터 출시할 예정이다. 구글은 "구글북은 제미나이를 중심으로 설계된 첫 노트북"이라며 이용자에게 보다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글북에 탑재된 AI 기반 커서 기능인 '매직 포인터'는 이용자가 커서를 화면 위로 움직이면 맥락에 맞는 추천 기능을 표시한다. 이메일에 적힌 내용 위에 커서를 올리면 추천 답변이 나타나고, 일정 항목 위에 올리면 회의 장소 추천 기능이 표시되는 식이다. 사맛 총괄은 "매직 포인터 같은 기능은 보기엔 단순하지만 실제 완성도 있게 구현하기가 어렵다"며 "스마트폰의 '서클 투 서치(Circle to Search)'처럼 노트북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과도 긴밀하게 연동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용자는 스마트폰 앱을 구글북에서 직접 실행할 수 있다. 일례로 노트북을 사용하다가 듀오링고로 영어 공부를 이어가고 싶다면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도 노트북에서 바로 앱을 실행할 수 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북간 연결된 경험을 제공하는 애플과 비슷한 플랫폼 락인(lock-in) 전략을 추진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그동안 구글은 소프트웨어 역량에 비해 하드웨어 성능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구글북으로 노트북 시장에 재도전하면서 하드웨어 경쟁력까지 입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까지 시장 평가는 긍정적이다. 구글이 AI 사업 전반에서 약진하면서 모회사 알파벳의 주가는 지난 1년 사이 130% 상승했다. 조만간 시가총액 기준 세계 1위 기업에 등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11일(현지시각) 종가 기준으로 알파벳의 시가총액은 4조8000억달러로, 엔비디아(5조2000억 달러)를 추격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알파벳 주가는 34% 올라 2004년 이후 최고의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쿡슨퍼스 웰스매니지먼트의 루크 오닐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알파벳은 AI 생태계 전반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다양한 사업의 조합으로 AI 시대 최대 승자가 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