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수요 증가로 폭증하고 있는 전력 사용량에 대응하기 위해 우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우주에 데이터센터를 띄워 태양광 기반 전력을 무제한으로 공급받고, 막대한 AI 연산을 처리하는 게 목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부터 구글, 엔비디아, 아마존, 메타까지 관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우주 데이터센터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상과학(SF)에 가까운 먼 미래의 일로 여겨졌지만, 머스크가 올해 초 "태양광 기반 우주 데이터센터는 2~3년 내 현실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릴 정도로 전력 소모가 큰 지구의 AI 데이터센터가 전력망에 부담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데이터센터를 우주 궤도로 올리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머스크가 구상하는 우주 데이터센터는 태양광 패널과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탑재한 수백 개의 저궤도 위성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막대한 AI 연산 수요를 처리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각 위성은 태양광 발전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서로 레이저 통신으로 촘촘히 연결돼 하나의 거대한 데이터센터처럼 작동하는 구조다.
이론적으로 보면, 우주에서는 태양이 24시간 무제한으로 비추기 때문에 지구보다 태양광 발전 효율이 5~8배 높고, 평균 온도가 섭씨 영하 270도인 극저온 환경이라 서버 냉각 비용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머스크는 "우주에서는 낮과 밤의 주기나 계절 변화, 날씨 등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같은 태양광 패널이라도 지상보다 발전 효율이 5배 이상 높아 약 30% 더 많은 전력을 얻을 수 있다"며 "태양이 비추는 방향에 태양광 패널을 두고, 반대편에는 햇빛이 닿지 않는 방열판(radiator)을 배치하면 자연스럽게 냉각이 이뤄지는 효율적인 냉각 시스템이 된다"고 말했다.
머스크가 이끌고 있는 스페이스X는 올해 블록버스터급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데,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의 일부를 우주 데이터센터 개발에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이스X는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를 위해 이미 저궤도 위성을 수천기 띄운 경험이 있어,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에도 경쟁사 대비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엔비디아가 투자한 미국 스타트업 스타클라우드는 지난해 11월 엔비디아 H100 GPU를 탑재한 소형 냉장고 크기의 60kg짜리 위성 '스타클라우드-1'을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회사는 우주에서 구글의 개방형 AI 모델 '젬마'를 훈련하고 구동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런 성과를 토대로 스타클라우드는 창업 17개월 만인 올해 3월 1억7000만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가치 약 11억달러의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사)으로 등극했다.
스타클라우드는 장기적으로 높이와 폭이 각각 4㎞에 달하는 5기가와트(G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우주 궤도에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필립 존스턴 스타클라우드 최고경영자(CEO)는 "위성 발사 비용을 포함하더라도 우주 데이터센터는 지상 데이터센터보다 비용이 약 10배 낮을 것"이라며 "앞으로 10년 안에 신규 건설되는 데이터센터 대부분이 우주에 지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구글도 '프로젝트 선캐처'를 통해 우주 데이터센터를 준비 중이다. 구글 텐서프로세싱유닛(TPU)을 실은 태양광 기반 군집위성을 레이저 광통신으로 연결하는 프로젝트로, 내년 초 시험용 위성 2기를 발사할 계획이다. 구글은 "우주에서 머신러닝 연산 능력을 대규모로 확장하기 위한 도전"이라고 설명했다.
메타도 AI 데이터센터용 전력 확보를 위해 지난달 우주 스타트업 오버뷰에너지로부터 최대 1기가와트(GW)의 우주 태양광 에너지를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오버뷰에너지는 우주에서 태양광 에너지를 수집하는 위성을 개발 중이다. 이렇게 수집된 에너지는 근적외선으로 변환해 지상에 있는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로 전송되고, 발전소는 이를 다시 전력으로 변환하는 방식이다.
빅테크가 우주에 데이터센터를 쏘아 올리려는 이유는 지상의 전력망, 냉각용 물, 데이터센터용 부지 등이 부족해지는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AI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서버가 24시간 가동해야 하고, 발열이 심한 서버를 식히기 위해 대량의 냉각수도 확보해야 한다. 현재 냉각은 AI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2024년부터 6년간 연평균 15%씩 증가해 2030년에는 950TWh(테라와트시) 안팎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대형 원전 120기가 1년 동안 생산하는 전력량에 해당한다. IEA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 증가율은 다른 모든 산업과 비교해 4배 이상 빠르다"고 했다.
다만 우주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면 넘어서야 할 기술적·제도적 난관이 많아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높은 발사 비용, 우주 쓰레기 위험, 우주 방사선에 따른 부품 손상, 수리나 유지보수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 등의 문제를 거론한다. 위성 발사 비용이 지금보다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지고, 우주 방사선을 견뎌내는 장비와 반도체 개발 등의 과제가 선행돼야 우주 데이터센터가 실용성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우주 데이터센터가 비용 경쟁력을 갖추려면 적어도 2030년대 초반은 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