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자국 메신저인 '위챗(WeChat)'을 통해 카카오T 등 택시 호출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국내 앱보다 더 높은 요금이 표시되거나 프리미엄 차량 위주로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랫폼 연동 과정에서 추가 수수료가 붙는 데다 일부 저가 서비스 이용이 제한되면서,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서는 가격 차별로 느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위챗은 별도 앱 설치 없이도 카카오T와 우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앱인앱(App in App) 형태의 '미니앱'과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앱의 경우 본인 인증과 카드 등록 문제로 외국인이 이용하기가 어렵지만, 위챗은 별도 인증 없이 자국어 검색과 위챗페이 결제가 가능하다. 이 같은 편의성 덕분에 중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위챗을 통해 택시를 호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제는 동일 시간대와 목적지라도 위챗을 거칠 경우 더 높은 요금이 책정된다는 것이다. 지난 8일 오전 10시쯤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까지의 구간 요금을 조회한 결과, 카카오 블랙은 카카오T 앱에서 2만4800원으로 표시됐다. 반면 위챗 여행 서비스에서는 3만400원으로 나타나 약 23% 높았다.
시간대와 목적지를 바꿔도 가격 차이는 마찬가지였다. 지난 7일 오후 10시20분쯤 코리아나호텔에서 강남역까지의 구간을 조회한 결과 카카오 블랙은 카카오T 앱에서 6만원으로 표시됐지만, 위챗 여행 서비스에서는 6만9700원으로 약 16% 높게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가격 차이가 국내 택시 요금 외에 환율·결제 수수료, 플랫폼 제휴 비용 등 로밍 서비스 이용료가 추가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로밍 서비스 이용료는 각 해외 앱 운영사의 정책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우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확인됐다. 지난 7일 같은 구간 기준 우버 프리미어 밴은 우버 앱 직접 호출 시 3만7400원이었지만 위챗 여행 서비스에서는 6만400원으로 표시됐다. 다만 우버 측은 해당 금액이 실제 결제 요금이 아니라 여행 서비스 단계에서 표시되는 예상 요금이라고 설명했다.
우버 관계자는 "여행 서비스 탭에서는 자체적으로 호출이 불가능해 미니앱으로 이동해 최종 요금을 확인할 수 있다"며 "미니앱은 우버 앱과 동일한 알고리즘을 사용하기 때문에 해외 이용자에게 별도로 더 높은 요금을 부과하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가격 차이뿐만 아니라, 이용 가능한 차종 자체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저렴한 일반 택시 대신 고가의 프리미엄 차량 호출을 사실상 강요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7일 오후 10시쯤 위챗 미니앱으로 카카오택시를 호출한 결과, 일반 택시와 블루 파트너스 옵션은 아예 나타나지 않았고 블랙·벤티 등 프리미엄 서비스만 노출됐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서비스 품질이 일정 수준 보장되고 자동 배차 방식으로 운영되는 블루·벤티·블랙 등 프리미엄 택시 위주로 운영 중"이라며 "근처에 배차 가능한 택시가 있을 때만 노출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책이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서는 가격 차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겸임교수는 "플랫폼 연동 과정에서 수수료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도 "관광객 입장에서는 내국인과 외국인을 차별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어 여행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