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지의 '룰러' 박재혁./뉴스1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가 탈세 논란에 휘말린 젠지 이스포츠 소속 '룰러' 박재혁에 대해 무징계 결정을 내리자 e스포츠 팬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 욕설이나 트롤링 등에 내려진 출장 정지 징계와 비교해, 팬들 사이에서는 "기준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LCK 사무국은 지난 1일 "(룰러 선수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 별도의 제재 조치를 부과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무국은 조세포탈 등 조세범처벌법 위반이 인정되지 않았고, 형사 처벌로 이어진 사실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번 사안은 지난 3월 조세심판원의 결정문이 공개되며 알려졌다. 결정문에 따르면 룰러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아버지 A씨를 매니저로 두고 급여를 지급했는데, 이 과정에서 A씨는 룰러의 연봉, 상금을 주식 등에 투자해 매매 차익과 배당금 수익을 거뒀다.

LCK는 이번 사안을 검토하기 위해 법률 전문가를 포함한 외부위원 3인이 참여한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약 한 달간 사실관계를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설명에도 팬들은 납득하기가 어렵다는 반응이다. 형사 처벌로 이어지지 않았더라도 조세 회피 자체가 리그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부도덕 행위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LCK 규정에 따르면 품위 손상 행위의 경우 최대 1000만원 이하 벌금과 1개월 출장 정지 등 제재가 가능하다.

LCK 팬 이모(32)씨는 "국가대표로 병역 면제를 받은 선수가 리그 명예에 영향을 미친 만큼 최소한의 징계는 있을 것으로 봤다"며 "이번 결정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2일 LCK 정규 시즌 2라운드 젠지와 디플러스 기아 경기 중 채팅창에 '탈' '세' '헉' 등의 표현이 반복적으로 올라오고 있다./SOOP 캡처

과거 사례와의 형평성도 논란이다. 2019년 DRX 소속이던 '도란' 최현준은 랭크 게임 중 고의적 트롤링 행위로 1경기 출장 정지와 벌금 80만원 처분을 받았다. 당시 해당 게임에서 도란 측 진영이 승리했고 선수 측이 고의성을 부인했음에도 징계는 유지됐다. 올해 1월에는 '룰러' 박재혁이 게임 내 언어 폭력 등 불건전 행위로 벌금 80만원 징계를 받은 바 있다.

LCK 사무국은 형평성 논란에 대해 "제재는 규정과 사실 확인에 근거해 판단한다"며 "향후에도 동일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일관되게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세범처벌법 위반과 같이 명백한 법령 위반으로 형사적 책임이 수반되는 사안은 엄중히 조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논란이 이어지면서 LCK 흥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경기 현장에서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반복되고 있다. 경기 중 룰러 선수가 화면에 등장할 때마다 '탈' '세' '헉' 등의 표현이 채팅창을 가득 메우고 있다. 채팅 도배를 자제해 달라는 일부 의견에도 불구하고, 경기와 무관한 관련 표현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이번 논란이 장기화될 경우 e스포츠 리그 자체에 균열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신뢰를 회복하려면 윤리적 기준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