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3월 31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플 본사(애플파크)에서 열린 애플 창립 50주년 기념 행사에서 군중에게 인사하고 있다./애플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 등에 들어가는 핵심 반도체의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인텔을 새로운 협력 후보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에 건설 중인 첨단 반도체 공장을 방문했다. 또 인텔의 파운드리(위탁생산) 서비스를 활용하는 방안을 놓고 초기 단계의 논의를 진행했다.

다만 현재까지 실제 주문으로 이어진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과 삼성전자 모두 애플과의 협의가 예비적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애플 내부에서도 TSMC가 아닌 다른 제조 공정을 활용하는 데 대한 우려가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은 지난 10여 년간 자체 설계한 시스템온칩(SoC)을 TSMC에 맡겨 생산해왔다. 아이폰과 맥에 탑재되는 최신 칩은 현재 최첨단 공정 중 하나인 3㎚(나노미터, 10억분의 1m) 공정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TSMC는 안정적인 기술력과 대규모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애플의 핵심 공급망 파트너로 자리 잡아왔다.

그러나 최근 반도체 수급 불안이 이어지면서 애플도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급증하면서 첨단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데다, 기기 내에서 AI 모델을 구동할 수 있는 고성능 맥 수요도 예상보다 강했던 영향이다.

앞서 팀 쿡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실적 발표에서 반도체 공급 부족이 아이폰과 맥 판매 확대에 제약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평소보다 공급망의 유연성이 떨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이 인텔과 협력할 경우, 인텔은 립부 탄 CEO 체제 아래 외부 고객을 대상으로 한 파운드리 사업 확대를 핵심 회생 전략으로 삼고 있다. 애플을 고객으로 확보한다면 인텔 파운드리 사업의 신뢰도를 높이고 다른 고객 유치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삼성전자 역시 애플과의 협력 가능성에서 적지 않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삼성은 이미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에 이은 2위 사업자지만, 최첨단 공정 경쟁에서는 TSMC와 격차를 좁히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경쟁하는 삼성 입장에서는 애플의 반도체 생산을 맡는 것 자체가 상징적인 성과가 될 수 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미국 내 생산 파트너를 늘리려는 배경에는 지정학적 리스크도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주요 부품에 대해 복수 공급망을 확보하는 전략을 선호해 왔으며, 특히 반도체 생산이 대만에 집중된 상황을 장기적인 위험 요인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대만을 자국 영토로 간주하고 있는 만큼, 대만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공급망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