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EHS 히트펌프 보일러' 동작 시연./삼성전자

"삼성전자의 히트펌프는 1킬로와트(㎾)의 전기 에너지를 사용해 4.9㎾의 열을 냅니다. 가스 보일러는 1㎾를 태워 0.9㎾ 에너지를 내는 것과 비교해 차이가 크죠. 경기 양평에서 기름보일러를 쓰는 일반 소비자 가정에서 6개월간 테스트를 진행해 봤는데, 난방비가 약 53% 줄었습니다."

송병하 삼성전자 DA(가전)사업부 에어솔루션팀 그룹장은 29일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히트펌프 기술 미디어 브리핑'을 열고 이렇게 말했다. 삼성전자는 그간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해 온 'EHS 히트펌프 보일러'를 지난 20일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송 그룹장은 이날 발표에서 제품에 접목된 삼성전자의 독자 기술과 높은 효율성, 탄소 저감 효과 등을 설명했다.

히트펌프는 밖의 열에너지를 흡수해 주택 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냉매가 액체와 기체 상태를 오가며 열을 흡수·방출하는 성질을 활용한 '증기 압축 사이클'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송 그룹장은 "히트펌프는 온도가 낮은 곳에 있는 작은 열을 끌어모아 오히려 온도가 더 높은 곳으로 열을 보내주는 장치"라며 "에어컨은 실내에서 열을 뽑아 밖으로 버리면 냉방이 되고, 거꾸로 실외에서 열을 뽑아 실내로 보내주면 히트펌프가 된다"고 했다.

송병하 삼성전자 DA(가전)사업부 에어솔루션팀 그룹장이 29일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열린 '히트펌프 기술 미디어 브리핑'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정두용 기자

히트펌프는 외부에서 열을 흡수해 냉매에 저장한다. 냉매는 압축기를 거쳐 고온·고압의 기체 상태가 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열이 열교환기를 통해 실내의 공기나 물로 전달된다. 보일러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열을 방출한 냉매는 다시 팽창하며 온도가 낮아지고, 외부에서 열을 흡수할 수 있는 액체 상태로 변환된다. 이 순환이 반복되면서 상대적으로 적은 에너지 투입만으로도 높은 열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EHS 히트펌프 보일러의 '계절성능계수'(SCOP)는 4.9다. 35도 출수 조건에서 투입 전력 대비 약 5배 수준의 열에너지가 공급된다는 뜻이다. 55도 출수 조건에서는 3.78이다. 송 그룹장은 "SCOP가 4.9인 제품을 사용하면 우리나라에서도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이 평균 60% 이상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며 "가정용 에어컨 등 냉난방기기 제품에서 범용적으로 사용되는 냉매(R410A)보다 지구온난화지수(GWP)가 68% 낮은 냉매(R32)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히트펌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대용량 열교환기를 적용했다. 압축기 내부 밸브도 효율적인 구조로 설계해 압축 과정에서의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했다. 외기 온도 및 운전 조건에 따라 시스템을 최적 제어하는 기술도 적용했다.

삼성전자의 'EHS 히트펌프 보일러' 제품 이미지./삼성전자

우리나라 강원도 산지는 겨울에 기온이 영하 30도 이하를 기록하는 날이 많다. EHS 히트펌프 보일러는 이런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난방 성능을 제공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고효율 냉매 압축 기술과 결빙 방지 기능을 접목해 영하 25도 환경에서도 동작이 가능하다. 또 영하 15도 조건에서도 최대 70도의 고온수를 공급한다.

삼성전자는 북미·유럽·일본 등 약 20개 지역에서 히트펌프 연구소와 테스트 랩을 운영하고 있다. 송 그룹장은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의 추운 지역과 눈이 많이 오는 일본 홋카이도에서도 테스트를 마쳤다"며 "한랭지에서도 잘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했고, 양평 실증 사례 기간 중 1월에 영하 15도 이하로 내려가거나 영하 15도 수준이 유지된 기간이 약 20일 있었지만 정상 작동했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주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파트에는 적용이 불가능하다. 송 그룹장은 "아파트는 하중이나 전력량 측면에서 현재 기준으로는 들어가기 어려운 면이 있어, 삼성물산과 함께 가장 적합한 솔루션을 연구하는 중"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국내 출시에 앞서 그간 히트펌프 시장의 약 50%를 차지하는 유럽 시장 공략에 주력해 왔다. 이번 EHS 히트펌프 보일러의 국내 출시는 정부의 보급 사업 발표에 맞춰 진행됐다. 정부는 최근 온실가스 518만톤(t) 감축을 목표로 히트펌프 제품 350만대를 2035년까지 보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144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고, 가구당 설치비의 최대 70%를 보조금으로 지원해 화석연료 보일러의 전기화 전환을 추진한다.

정부는 구체적으로 이달부터 제주·전남·경남 등 주요 지자체 내 연탄·등유 보일러 사용 가구 및 도시가스 미공급 지역을 대상으로 히트펌프 보일러 지원 사업을 시행한다. 신청자는 지자체 공고문을 통해 지원 대상 여부를 확인한 후 직접 방문해 신청할 수 있다. 지원 대상 가구는 제품 설치 완료 후 지자체의 현장 확인을 거쳐 보조금을 환급받을 수 있다.

송 그룹장은 "히트펌프는 전기 난방화 전환과 탄소 중립을 위한 핵심 솔루션"이라며 "검증된 기술력과 글로벌 연구 인프라를 기반으로 국내 소비자들이 안정적인 난방 성능과 에너지 효율 가치를 동시에 누릴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혁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