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수석에 버금가는 인공지능(AI) 산업의 감각과 기술적 지식을 겸비한 대체자가 곧바로 임명돼 중심을 잡아준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AI미래기획수석을 공석으로 둔다면 국가 AI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AI를 핵심 국정 과제로 두겠다는 진정성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
"AI미래기획수석 자리는 대체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상대적으로 많은 정무수석, 민정수석, 경제수석 등과 다릅니다. 전문성과 산업 감각이 있는 AI 전문가를 찾기가 쉽지 않죠. 배경훈 부총리가 있으니 어느 정도는 괜찮겠지만, 국가 AI 전략에 타격이 없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AI 전문가 A씨)
하정우 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은 이재명 대통령이 평소 '하GPT(하정우+챗GPT)'라 부를 정도로 신뢰가 깊었던 참모입니다. 그는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함께 국가 AI 정책의 쌍두마차이자 상징이었습니다. 하지만, 10개월 만에 AI 정책 핵심 리더 중 1명인 하 수석은 출마를 선언하며 AI 정책 대열에서 이탈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하 전 수석을 대신해 AI 전문성을 지니면서도 정책 연속성을 이끌어갈 인물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업계에서는 "AI미래기획수석 공석이 장기화되면 AI 정책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이경전 교수는 "결국 밥상은 전문가가 차리고 발표된 AI 정책은 정치적으로 활용되는 무주공산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업계는 벌써부터 하 전 수석의 이탈에 근심이 가득합니다. 이재명 정부가 목표로 하는 AI 3대 강국으로 가기 위해 배 부총리와의 호흡도 중요한데 마땅한 인물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 대통령 역시 이를 의식한 듯 지난 9일 보궐선거 차출설이 나온 하 전 수석을 향해 "할 일이 많다. 작업 들어온다고 넘어가면 안 된다"고 만류한 바 있습니다. 정부 관계자 B씨는 "현재 국가 AI 사업은 배 부총리가 이끌고 하 전 수석이 자문하는 역할"이라며 "(정치권 입문을) 예상은 했지만, 빨라도 너무 빨랐다"고 말했습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현재까지 AI 부문에서 가장 큰 성과는 AI 개발에 핵심 부품인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장을 확보하고 예산, 인프라, 조직을 확충한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갈 길이 멉니다. 여전히 우리나라의 AI 기술력은 논문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스탠퍼드대 AI 인덱스에 따르면 주목할 만한 AI 모델 수에서 한국은 미국, 중국에 이어 3위를 기록했지만 이를 성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우리 국민 대다수는 외산 AI 서비스를 쓰고 있습니다.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이달 26일 기준 최근 한달 간 국민들이 가장 많이 쓴 AI 플랫폼은 챗GPT(40.49%)로 확인됐습니다. 그 뒤를 제미나이(32.68%), 퍼플렉시티(17.07%), 클로드(7.32%)가 차지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작년 4월 대선 후보 시절 "국민 모두가 선진국 수준의 AI를 무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며 한국형 챗GPT를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국산 AI 모델은 찾기가 힘듭니다.
일각에서는 '한국형 챗GPT'를 꿈꾸는 국가대표 AI 모델 선발전이 당초부터 비현실적이였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업계에서는 "결국 국가대표 AI 프로젝트가 선거용 경력 관리에 쓰인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옵니다. 한 재계 고위 임원은 "챗GPT도 제미나이도 하루하루 생존을 위해 싸우는데 여기에 버금가는 AI 모델이 곧바로 나올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냐"며 "우리는 (현실성 없는 목표보다는) 컴퓨팅 파워나 데이터센터처럼 구체적으로 국가 AI 발전을 위한 부분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가대표 AI 모델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한 기업 임원은 "GPU를 지원해주는 것은 대기업은 물론이고 학계와 스타트업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정부가 (AI 모델의) 독자성에 초첨을 맞추다 보니 시간이 더 걸리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가대표 AI 모델 선발전에서 1·2등을 하면 홍보 가치가 클 것이라고 생각해 참여하지만, 최종 모델로 선정된다고 해서 이를 통해 정부가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AI 모델에만 몰두한 나머지 전력, 인프라, 데이터센터 대책 수립에는 소홀하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