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뉴스1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수익 극대화에 직원들에게 파격적인 성과급을 지급하자,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례 없는 수퍼 사이클(초호황기)로 SK하이닉스 직원들은 작년 '억대 성과급'에 이어 올해와 내년에도 큰 소득을 올릴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실수령액(세금을 제외하고 받는 금액)은 일반적인 대중의 인식보다는 적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초과누진세율 제도를 도입한 우리나라는 총소득(연봉과 성과급 등 총급여 합산)이 높아질수록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직원들의 소득 수준이 일반 근로자와 비교해 높은 편이기는 하지만 온라인 밈(Meme)에서 표현되는 것과는 온도 차이가 있다는 평가다.

29일 조선비즈가 다수의 회계·세무 전문가 자문을 받아 SK하이닉스 직원의 총소득 예상치를 기준으로 추산한 결과, 신입사원은 작년 실수령액으로 1억1000만원 안팎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신입사원의 작년 총소득은 1억5000만원 수준으로, 이 중 약 30%를 세금으로 납부한 것으로 추정됐다.

최근 한 네티즌은 SK하이닉스 로고가 새겨진 점퍼를 입은 한 남성의 뒷모습 사진을 올리며 "대한민국 현시점 최고의 소개팅 룩"이란 글을 올려 온라인 밈으로 확산됐다./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SK하이닉스의 연봉 체계는 크게 생산·설비직(전임직)과 사무·연구직(기술사무직)으로 나뉜다. 사람인을 비롯한 여러 구인·구직 사이트 정보와 복수 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SK하이닉스에 기술사무직으로 입사하면 6500만~7000만원 수준의 연봉을 받는다. 고등학교·전문대를 졸업하고 전임직으로 입사하는 사람의 연봉은 6000만원 안팎인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의 기본급은 연봉의 20분의 1이다.

SK하이닉스는 두 가지 성과급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초과이익분배금(PS)은 연간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삼아 직원들에게 상한 없이 제공되는 성과급이다. PS는 다음 연도 초에 80%를 지급하고, 남은 금액은 10%씩 나눠 2년에 걸쳐 준다. 여기에 더해 상·하반기에 두 차례로 나눠 기본급의 최대 300%(150%씩 2회)를 지급하는 생산성격려금(PI)도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월 2025년도 PS로 기본급의 2964%를 지급했다. 연봉이 6500만원인 사원급 직원이라면 전체 PS의 80%인 약 7700만원을 받은 셈이다. 여기에 PI 등을 합친 총소득 규모는 1억5000만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실제로 급여 통장에 찍히는 실수령액은 총소득에서 세금을 제외해야 한다. 현행 세법에서는 기본급·성과급 구분 없이 총소득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한다. 총소득에서 근로소득세·지방소득세와 사회보험 성격의 준조세인 4대 보험 근로자 부담분을 제외한 금액이 실수령액이 되는 것이다. 각종 세액공제와 감면을 적용하고 이미 납부한 세액을 차감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개인별 차이가 큰 세액공제 등의 효과를 제외하고 작년 1억5000만원의 총소득을 올린 SK하이닉스 사원의 경우를 추산해 보면 근로소득세로 약 3000만원을 낸 것으로 계산된다. 지방소득세는 300만원 수준이다. 4대 보험 근로자 부담분 약 1000만원까지 합치면 세금으로만 총소득의 약 30%인 4000만~4300만원 정도를 냈다는 계산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2024년부터 사무직·생산직 구분 없이 호칭을 TL(테크니컬 리더)로 통일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기존 제도에 따라 직급·연차 등을 구분하고 있다. 기술사무직은 CL2(사원), CL3(대리), CL4(과장·차장), CL5(부장)로 나뉜다. 생산직도 5단계 직급(사원·기사·기장·기정·기성) 체계에 따라 연봉이 정해진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직급별 연봉은 통상 ▲대리급 8500만원 ▲과장·차장급 1억원 ▲부장급 1억3000만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기준으로 작년 성과급 등을 더한 총소득액을 추산하면 대리급 2억원, 부장급 3억원 정도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부장급 중에서도 연차가 높거나 성과를 인정받았다면 총소득으로 4억~5억원을 기록한 사례도 더러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부과되는 세금은 총소득의 35~45% 수준이다. 총소득으로 5억원을 받은 부장급 직원의 실수령액이 3억원 정도로 줄어드는 셈이다.

정원준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세무사는 "일반 직장인은 과세표준 8800만원 이하 구간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 24% 세율을 떠올리기 쉽지만, 국내 소득세는 과세표준이 높아질수록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초과누진 구조"라며 "SK하이닉스 직원처럼 고액 성과급으로 총급여가 크게 늘면 35~40%대 세율 구간에 추가 소득이 걸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 세금으로 빠질 수 있다"고 했다.

연차가 쌓일수록 같은 직급 직원이라도 총소득 규모에 큰 차이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이뤄지는 인사 평가에 따라 연봉 인상률이 달라져 직급·연차가 높을수록 입사 시기가 같더라도 기본급에 큰 차이가 있다"며 "직군에 따른 연봉 차이도 있어 정확한 소득 규모를 알기 어렵다. 다만 연차별 최저·최고치는 정해져 있는 편이라 범위 정도는 추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정서희

SK하이닉스 직원들이 억대 성과급을 받을 수 있게 된 건 지난해 9월 노사 합의에 따라 제도를 손봤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되 기존 '기본급 1000%'였던 상한을 폐지했다. 또 이런 제도를 10년간 유지하기로 했다. 작년 메모리 반도체 호황기에 따라 연간 영업이익이 47조2063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다시 썼고, 성과급에서도 파격적인 숫자가 나온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SK하이닉스 실적 컨센서스에 따르면 이 회사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규모는 241조7958억원으로 전망됐다. 내년에는 연간 영업이익이 324조1935억원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게 증권사들의 분석이다.

올해 20조원 이상이, 내년에는 30조원이 넘는 금액이 성과급으로 지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 말 기준 SK하이닉스의 직원 수는 3만4549명이다. 이에 따라 향후 2년간 평균적으로 받는 성과급 규모가 5억~8억원 정도로 예상되자,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SK하이닉스는 2000년대 초반 파산 위기에 몰렸을 정도로 사업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며 "현재 회사의 주축이 된 인력들은 당시 어려움을 딛고 성과를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메모리 반도체 업황은 좋고 나쁨이 반복되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면서도 "인력난에 시달렸던 반도체 시장에 SK하이닉스 사례로 우수 인재가 수급될 가능성이 커진 점은 긍정적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