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000660)가 최근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상승세에 대해 "단순한 일시적 수급 불균형이 아닌 시장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라고 진단했다.

SK하이닉스는 23일 진행된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향후 메모리 가격 추이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인공지능(AI)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메모리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고, IT 업체들은 물량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구매를 늘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의 모습./뉴스1

이어 "반면 업계 공급은 지난 다운턴 이후의 투자 둔화와 가용 공간 부족으로 인해 단기간 내 유의미한 생산 확대가 어려운 한계가 있다"며 "공급사들이 증산 여력을 마련하고자 신규 팹(공장) 건설과 인프라 투자를 재개하고 있으나, 실제 생산 캐파 확보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이러한 수급 불균형 지속으로 고객들이 가격보다 물량 확보를 최우선시하고 있다"며 "우호적인 가격 환경이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최근의 반도체 호황이 과거 PC나 스마트폰 교체 주기에 의존하던 사이클과 달리, AI 서버 인프라 구축이라는 강력하고 장기적인 동력에 기반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메모리 업체들의 보수적인 설비 투자 기조와 물리적인 공장 증설 리드타임을 고려할 때, 당분간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고부가 핵심 제품을 중심으로 철저한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 전개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이날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52조 5760억원, 영업이익 37조 61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의 분기 매출이 50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98%, 영업이익은 405% 급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수익성 중심의 제품 믹스 개선에 힘입어 분기 영업이익률은 72%를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42%) 대비 30%포인트 급등한 수치일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최근 1개월 시장 컨센서스(매출 53조 9208억 원, 영업이익 38조 2585억 원)와 비교하면 매출은 약 2.5%, 영업이익은 약 1.7% 소폭 하회하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