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일자리를 뺏을 것이란 우려가 많은데, 국내 중견·중소 제조기업은 오히려 숙련된 인력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배재인 다쏘시스템코리아 고객 경험 부문(CRE) 본부장은 지난 2월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3D 익스피리언스 월드 2026' 행사에서 "AI가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내 제조 현장이 직면한 인력 부족 문제를 보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다쏘시스템은 이 행사에서 엔비디아와 손잡고 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산업 월드 모델'을 구현하겠다고 밝혔고, 산업 특화 AI 에이전트 3종을 선보였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다쏘시스템은 3D CAD(컴퓨터 지원 설계)와 AI 기반 버추얼 트윈(virtual twin)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버추얼 트윈은 현실의 공장과 제조 공정을 가상 공간에 그대로 복제해 구현한 기술이다. 가상 공간에 현실 속 사물의 '쌍둥이'를 만들어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이를 기반으로 결과를 미리 예측해 제품·서비스를 최적화하는 데 사용한다.
배 본부장은 다쏘시스템의 핵심 설계 플랫폼인 솔리드웍스의 국내 사업을 이끌고 있다. 그는 다쏘시스템이 한국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에 대해 "한국은 제조 강국이고, 다쏘시스템은 제조업을 위한 솔루션이 주력 사업이기 때문에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실제 반도체부터 자동차, 조선, 배터리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제조 역량을 갖춘 국가는 한국이 거의 유일한 데다, 새로운 솔루션에 대한 반응이 빨라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기 전 제품을 검증하는 테스트베드 역할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AI가 반도체장비 업체처럼 개발 주기가 짧은 국내 중견·중소 제조기업의 생산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봤다. 배 본부장은 "국내 제조 현장에서는 설계가 생산의 요청을 따라가지 못해 재작업이 누적되면서 비용이 증가하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AI 에이전트를 활용하면 설계 시간을 단축하고 사전 검증을 통해 생산 단계에서의 오류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AI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산업으로는 로봇과 생명과학을 꼽았다. 배 본부장은 "의료용 로봇을 포함한 생명과학 제품은 국가별로 규제가 많은데, AI가 초기 개발 단계부터 이런 규제를 미리 파악해 관련 리스크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조만간 정식 출시 예정인 다쏘시스템의 엔지니어링 특화 AI 에이전트 '레오'나 과학 특화 AI 에이전트 '마리'도 사전에 오류나 리스크를 미리 탐지해 기업의 고투마켓 전략과 수출, 사업 확장을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다쏘시스템은 앞으로도 한국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DX)과 AI 전환(AX)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배 본부장은 "아직 국내 중견·중소 제조기업의 DX와 AX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처음부터 거대한 산업용 솔루션을 적용하기보다 클라우드 솔루션을 기반으로 데이터를 관리하고, 점진적인 전환에 나설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