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차기 대표이사 승계 규정을 새로 만들고, 후보군 육성·관리 현황을 해마다 이사회에 보고하도록 하면서 최고경영자(CEO) 승계 체계를 제도화한다. 리더십 교체 때마다 반복된 경영 공백을 줄이고, 소유분산 기업으로서 취약점으로 지목돼 온 지배구조 불확실성을 낮추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KT가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승인한 박윤영 사장의 경영계약서에는 대표이사가 임기 중 승계 규정을 수립한 뒤 차기 대표 후보의 육성·관리 현황과 계획을 매년 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보고하고, 승계 계획에 따라 관리되는 후보자의 임면 사항도 사전에 공유하도록 명시됐다.
이번 조치는 전임 계약서보다 한층 구체화됐다. 2023년 대표이사 경영계약서는 보수 체계를 기준연봉·단기성과급·장기성과급으로 나눴지만, 올해 계약서는 기준연봉과 성과급 중심으로 단순화했고 주식매수선택권도 성과급 조항 안으로 묶었다. 승계와 관련해서도 단순한 후보 관리 차원을 넘어 규정 수립과 정례 보고 의무를 계약서에 직접 넣어 이사회의 통제 가능성을 높였다. 박 대표 임기는 2029년 정기주주총회일까지 3년이다.
KT 정관상 이사회는 대표이사 후보 심사기준을 정하고,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사내외 후보군을 발굴·구성해 심사한 뒤 후보 1인을 이사회에 보고한다. 실제로 KT 이사회는 지난해 11월 대표이사 후보 심사기준을 의결했고, 2023년과 2025년 대표 선임 과정에서는 내부·외부 후보군을 함께 놓고 외부 자문단 평가까지 반영했다. 승계 규정이 마련되면 후보군 발굴, 육성, 검증, 보고로 이어지는 절차가 보다 상시화할 가능성이 크다.
배경에는 2023년 KT가 겪은 경영 공백 사태가 있다. 당시 구현모 전 대표가 연임 도전을 접고, 뒤이어 윤경림 후보마저 사퇴하면서 KT는 박종욱 직무대행 체제로 비상 경영에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이번 승계 규정 신설이 그 같은 혼란의 재발을 막기 위한 후속 장치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관건은 규정에 내부 후보 풀의 범위, 외부 후보 검증 방식, 육성 평가 주기, 비상 승계 절차까지 얼마나 촘촘히 담아내는지에 달렸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