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설립된 국내 1세대 반도체 디자인하우스 알파칩스가 인공지능(AI) 훈풍을 타고 실적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다. 알파칩스는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의 디자인 솔루션 파트너(DSP)로, 국내 디자인하우스 중 최다(35건) 반도체 양산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디자인하우스는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가 설계한 회로도를 파운드리 미세 공정에 맞춰 실제 양산 가능한 데이터로 최적화해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부진과 맞물려 알파칩스도 최근 몇년간 암흑기를 겪었다. 알파칩스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손실은 각각 853억원, 20억원이었다. 하지만 올해 AI 산업 성장세에 칩 제조 수요가 가파르게 늘며,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와 함께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알파칩스는 이달 3일 미국 통신 반도체 전문 기업 GCT반도체와 약 240억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올해 3월 알파칩스의 부활을 이끌 선봉장으로 선임된 고형종(57) 신임 총괄 사장은 지난 7일 경기 성남시 알파칩스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올해 본격적으로 양산되는 고객사 물량과 논의 중인 AI 관련 수주 현황을 고려하면 매출은 10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며 "오는 2030년에는 매출 3000억원을 돌파해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디자인하우스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고 신임 사장은 시스템 반도체 설계와 공정, 메모리 반도체, 학계를 모두 경험한 국내 최고 수준의 시스템 반도체 전문가다. 아주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대에서 전기전자컴퓨터공학으로 석사와 박사를 받은 뒤, 삼성전자에 입사한 그는 삼성전자 반도체사업(DS)부문의 모든 사업부에서 임원을 맡은 이력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를 떠난 뒤에는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로도 활동했다.
그는 "디자인하우스가 팹리스를 지원하려면 반도체 설계와 공정, 여기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이해도를 갖춰야 한다"며 "삼성전자 DSP로서 모든 사업부를 거쳐 본 경험이 알파칩스에 도움이 될 것 같아 합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알파칩스는 국내 최대 양산 이력을 바탕으로 구축한 설계 플랫폼으로 AI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고 사장은 "알파칩스는 2002년 설립 이래로 35건의 양산 이력을 보유했다. 국내 DSP 중 최다로, 이를 통해 구축한 설계 플랫폼으로 고객사를 맞춤형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의 경쟁력"이라고 했다. 다음은 고 사장과의 일문일답.
—최근 디자인하우스가 AI 산업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알파칩스의 전략이 있다면.
"데이터센터와 자동차, 로보틱스 등 전 산업에 걸쳐 AI가 확대 적용되면서 반도체 제조 수요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설계 역량뿐만 아니라 양산 경험까지 보유한 대형 팹리스도 있지만, 특화된 시장을 겨냥한 스타트업들도 AI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알파칩스는 대형 팹리스부터 스타트업까지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해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알파칩스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무엇인지.
"알파칩스는 국내 디자인하우스 중 가장 많은 양산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디자인하우스가 고객사를 확보하더라도 반도체를 개발하는 데 그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알파칩스는 35건의 프로젝트를 양산까지 완료하며, 다양한 레퍼런스를 구축했다는 것이 장점이다. 고객사의 수요에 최적화된 설계 자산(IP)과 설계, 테스트, 양산까지 '원스톱 솔루션'으로 일괄 지원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 경쟁력이다."
—AI 시장에서의 차별점은.
"알파칩스는 저전력 설계에 강점이 있다. 35건의 양산 프로젝트 중 다수가 모바일과 연관된다. 모바일은 소비자의 손 안에서 높은 성능을 구현해야 하기에 저전력 설계가 필수다. AI도 마찬가지로, 저전력 설계가 중요하다. AI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데이터를 활용하고, 이 과정에서 열이 심하게 발생한다. 이를 줄이기 위한 설계 역량이 중요한데, 알파칩스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구체적인 수주 현황은.
"고객사 이름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삼성전자 4㎚(나노미터·10억분의 1m), 2㎚ 공정을 활용한 AI 관련 반도체 프로젝트가 논의 중이다. 올해 수주에 대한 협의가 마무리되고 개발에 돌입할 것으로 본다. 개발 타임라인이 빨라, 이르면 내년에 양산에 돌입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3㎚ 이하 첨단 공정부터 수익성이 검증된 4~8㎚까지 전방위적으로 수주에 돌입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밝혔는데.
"미국과 중국, 일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고, 수주를 논의 중이다. 특히 미국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은 경쟁 파운드리 기업을 활용하는 팹리스가 많은데, 이들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로 전환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일부 공정은 경쟁 기업과 견줄 만하고,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이런 이점을 활용해 영업을 전개하고 있다."
—중장기 목표가 있다면.
"2030년에는 매출 3000억원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올해 흑자전환하고, 수주 물량이 쌓여 실적이 성장하면 시가총액도 그에 맞춰 재평가될 것이라고 본다. AI가 시스템 반도체 산업에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고객들이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공정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솔루션을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대형 팹리스부터 스타트업까지 필요한 서비스를 집중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설계 플랫폼으로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