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7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E'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다음 달 목표 성능에 도달한 첫 번째 HBM4E 샘플 개발을 완료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이를 토대로 내부 검증을 완료한 뒤 고객사에 납품할 방침이다. 최근 6세대 HBM(HBM4)의 업계 첫 양산 출하를 공식 발표한 가운데, 차세대 HBM 시장까지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다음 달 HBM4E의 첫 번째 샘플을 생산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직전 세대 대비 성능을 대폭 개선한 HBM4E의 두뇌를 담당하는 로직 다이 샘플을 다음 달 중순까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에서 생산해 메모리 사업부에 전달하고, 이를 HBM4E용 D램과 함께 패키징해 샘플을 제조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내부 성능 평가를 거쳐 목표 수준에 도달한 샘플을 엔비디아에 납품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해 3월 엔비디아의 연례 최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6'에서 HBM4E 실물을 공개한 바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해당 제품은 전시를 위한 샘플 수준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등 고객사가 요구하는 성능 기준을 충족한 유의미한 수준의 샘플은 아직 제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HBM4E 개발에 속도를 높여 차세대 HBM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HBM4에서 경쟁사 대비 첨단 공정을 적용하는 승부수를 띄웠고, 업계 첫 양산 출하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HBM4의 로직 다이와 HBM4용 D램 모두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비해 앞선 공정을 활용해 성능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재는 수익성 제고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HBM4E에 HBM4와 동일하게 로직 다이에 4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D램은 10나노급 6세대(1c) 공정을 적용한다. 일부 성능 개선을 위한 세부 공정이 새로 적용돼 완전히 같은 공정은 아니지만, HBM4E에 처음으로 파운드리 첨단 공정과 1c D램을 활용하는 경쟁사와 비교하면 기술적으로 안정돼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SK하이닉스도 HBM4E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HBM4E에 HBM4용 D램 대비 한 세대 앞선 D램을 적용하고, 로직 다이에도 TSMC의 3나노 적용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SK하이닉스는 HBM4 로직 다이에 TSMC의 12나노 공정을, HBM4용 D램은 10나노급 5세대(1b)를 활용했다. HBM4에서 검증된 공정을 활용해 사업의 안정성에 중점을 뒀다면, HBM4E에서는 성능에서도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파악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HBM4와 HBM4E가 들어가는 엔비디아의 AI 칩 베라 루빈 시리즈 출시가 다소 지연되며 생산량이 일부 조정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이전 세대에서 경쟁사에 시장을 내줬던 실책을 다시 범하지 않도록 차세대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