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독주가 굳어진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다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한국폰 무덤'으로 불려온 일본에서 갤럭시의 연간 점유율이 3년 만에 다시 두 자릿수에 올라서면서다. 업계에선 프리미엄 인공지능(AI) 스마트폰 흥행에 보급형 제품 확대, 폴더블 신제품 효과까지 더해지며 삼성전자가 일본에서 단기 반등을 넘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 "갤럭시 입지 다시 살아난다는 신호"
10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일본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판매량 기준)은 10%로 애플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2024년까지만 해도 삼성의 점유율은 6%에 불과했지만 1년 만에 4%포인트(P)가 올랐다. 삼성이 2위 자리를 탈환한 건 3년 만이다.
일본 시장 내 분위기가 반전된 건 작년 2분기부터다. 작년 1분기 7%에 머물렀던 삼성의 점유율은 2분기 들어 12%로 뛰었고, 3분기에는 13%까지 올라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분기별 반등이 일시적 흐름에 그치지 않고 연간 점유율 회복으로 이어진 셈이다.
일본은 아이폰 충성도가 높고 이동통신사 중심 유통 구조가 강한 시장이다. 외산 안드로이드 제조사가 파고들기 쉽지 않아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들에도 난공불락의 시장으로 꼽혀왔다. 삼성전자도 일본 시장에서 오랜 기간 부침을 겪었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3년까지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10%대 점유율을 유지했지만 2014년부터는 한 자릿수로 내려앉았다. 2020년 10.1%, 2022년 10.5%를 기록하며 잠시 두 자릿수를 회복했지만 이후 다시 밀렸고, 지난해 들어 재차 10%대를 되찾았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다시 10% 벽을 넘었다는 점은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면서 "일본 시장 내 갤럭시의 입지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신호"라고 했다.
◇ 갤럭시S25 흥행에 채널 확대… 보급형 투입도 효과
지난해 상반기 점유율 반등의 중심에는 갤럭시S25 시리즈가 있었다. 업계에 따르면 갤럭시S25는 가격 동결과 AI 기능 강화, 전 기종 퀄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탑재를 앞세워 일본 시장에서 판매 호조를 보였다. 아이폰 중심의 프리미엄 시장에서 AI 기능을 전면에 내세운 전략이 차별화 포인트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판매 채널 확대도 점유율 상승을 뒷받침했다. 삼성전자는 소프트뱅크, 라쿠텐 등 기존 통신 채널에 더해 라쿠텐이치바, 야후쇼핑 같은 오픈형 온라인 채널로 판매 접점을 넓혔다. 통신사 매장에 의존하던 판매 구조에서 벗어나 일본 소비자가 갤럭시를 접하고 구매할 수 있는 경로 자체를 늘린 것이다.
제품 포트폴리오를 넓힌 점도 영향을 줬다. 삼성전자는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S25 시리즈뿐 아니라 작년 2월부터 보급형 갤럭시A25를 새로 투입하며 중저가 수요 공략에도 나섰다. 업계에서는 AI 기능이 보급형 모델까지 확장되면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중국 업체 수요 일부를 흡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일본 시장에서 샤오미 점유율이 하락한 점도 이런 흐름과 맞물려 거론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2분기 일본 시장에서 중국 샤오미의 점유율은 전년(8%) 대비 3%P 떨어진 5%까지 내려갔다. 작년 2분기 판매량도 전년 대비 33%나 줄었다.
◇ 폴더블까지 가세… 애플 독주 속 존재감 키워
작년 하반기에는 폴더블폰이 상승세를 한층 키웠다. 작년 연중 점유율 최고치를 기록한 3분기(13%)는 갤럭시Z 폴드7과 플립7 출시 시기와 겹친다. 2024년 3분기(4%) 대비 9%P 오른 셈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8월 1일 일본에 선보인 두 제품이 하반기 판매 확대를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일본 온라인 판매 채널에서 폴드7과 플립7이 출시 직후 상위권에 오른 점은 현지 소비자들의 반응이 과거와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바형 스마트폰뿐 아니라 폴더블까지 제품 경쟁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업계에 따르면 제품 출시 첫 주(작년 7월 28일~8월 3일) 현지 1위 이동통신사 NTT도코모가 운영하는 도코모 온라인숍 판매 순위에서 폴드7이 1위를, 플립7이 2위를 각각 차지했다.
물론 일본 스마트폰 시장의 기본 구도는 여전히 애플 중심이다. 애플의 지난해 연간 점유율은 57%로 과반을 유지했다.
김용석 가천대 석좌교수는 "삼성전자가 AI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프리미엄 시장에서 차별화가 성공 요인"이라며 "단순히 하드웨어 스펙이 아니라 사용 경험을 강화한 것이 주효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아직 일본 시장의 기본 구도는 애플 중심이라, 이번 성과는 반등의 출발점으로 볼 수는 있어도, 본격적인 안착 여부는 AI 경쟁력과 유통 채널 확대의 지속 여부에 달려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