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차세대 인공지능(AI) 모델을 잇따라 공개하며 반격에 나섰다. 두 빅테크 기업은 그간 AI 시장에서 오픈AI·구글·앤트로픽 등에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양사는 경쟁사를 압도하는 성능의 AI 모델로 승부하는 대신 각자 주력 사업인 소셜미디어(SNS)와 클라우드 인프라에 최첨단 AI 모델을 연계한 뒤 발전시키는 방식으로 시장 주도권 탈환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메타가 최첨단 AI 모델 '뮤즈 스파크'를 8일(현지시각) 공개한 이후 회사 주가는 전날보다 6.5% 상승 마감했다. '뮤즈 스파크'의 성능은 오픈AI, 구글, 앤트로픽 등 경쟁사의 모델을 능가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투자자들은 새 모델이 수십억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메타의 핵심 플랫폼에 적용되면 확장 가능성이 크고 수익화가 용이하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메타는 "뮤즈 스파크는 메타의 제품에 맞춰 특별히 설계된 모델"이라며 "뮤즈 스파크를 기반으로 구동되는 '메타 AI'는 더 빠르고 똑똑해질 것이고, 향후 인스타그램·페이스북·스레드에서 이용자들이 공유하는 콘텐츠와 추천 정보를 활용한 새 기능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뮤즈 스파크'는 과학·수학·건강 분야의 복잡한 질문을 추론하는 데 강점을 보이지만, 코딩 역량은 경쟁사 모델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메타 측은 설명했다. 이날 메타가 공개한 성능지표(벤치마크) 점수를 보면 '뮤즈 스파크'는 의료 추론을 비롯한 일부 분야에서 오픈AI 'GPT-5.4', 구글 '제미나이3.1 프로', 앤트로픽 '클로드 오퍼스4.6' 등 정상급 모델들과 맞먹는 성과를 냈다.
메타의 최신 모델이 업계 최고 수준은 아니지만 충분히 고성능인 데다, 회사의 주요 SNS 플랫폼과 접목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면서 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메타의 실적을 견인하는 '3대 앱'인 페이스북·인스타그램·왓츠앱은 각각 사용자가 30억명이 넘기 때문에 AI의 폭넓은 적용을 통한 확산과 사업화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실제 메타는 3대 앱에 연내 유료 구독 모델 도입을 추진 중인데, 구독료를 내는 사용자는 각 플랫폼 특성에 맞는 다양한 AI 기능을 쓸 수 있을 예정이다.
월가 투자은행들은 메타의 투자 등급을 '시장수익률 상회(outperform)'로 제시하고 목표주가도 현재 주가(612달러)보다 약 40% 높은 주당 862달러로 전망했다. 투자은행 미즈호는 "메타가 (뮤즈 스파크를 접목해) 쇼핑과 검색 기능을 중심으로 사용자 이용률을 높이고 광고 타겟팅을 강화하면 새로운 수익 창출 기회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메타가 예상보다 빨리 '뮤즈 스파크'를 출시한 점을 높이 평가하며 "이번 조기 출시가 메타의 AI 전략을 둘러싼 시장 불확실성을 일부 해소했다"고 진단했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들여 AI 연구조직 '메타초지능연구소(MSL)'를 설립했다. 메타의 기존 AI 모델 '라마4'가 오픈AI, 구글 등 미국 경쟁사는 물론 중국 딥시크에도 성능이 밀린다는 지적을 받자, 고급 인재를 전방위로 영입하고 148억달러(약 22조원)을 들여 AI 스타트업 스케일AI를 인수해 CEO였던 알렉산더 왕을 초지능 연구소 수장으로 세우는 등 대대적인 AI 조직 개편에 돌입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메타의 공격적인 AI 투자에 비해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알렉산더 왕 최고AI책임자(CAIO)가 이끄는 초지능 연구소가 9개월 만에 고성능 모델을 출시하면서 우려를 잠재웠다.
오픈AI와 결별 수순을 밟고 있는 MS도 최근 음성 전사(받아쓰기), 이미지·음성 생성 등에 특화된 AI 모델을 선보였다. 그동안 협력 관계였던 오픈AI 의존도를 낮춰 자체 개발한 AI 모델로 자립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MS는 지난 3일 MAI(MS AI) 제품군 중 3개 모델을 먼저 공개했다. 음성 전사 모델 'MAI-트랜스크라이브-1', 음성 생성 모델 'MAI-보이스-1', 이미지 생성 모델 'MAI-이미지-2'까지 총 3개로 모두 범용 모델이 아닌 특정 작업에 특화된 모델이다.
회사는 MAI 제품군을 자사 클라우드 인프라 '애저'와 업무 대화 도구 '팀즈', 파워포인트 등 자사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전반에 접목하는 수직 통합 전략을 통해 비용 절감과 업무 효율 개선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내년까지 텍스트, 이미지, 음성 등을 모두 처리하는 최첨단 대형 AI 모델을 확보해 자립형 AI 체제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무스타파 술레이만 MS AI 최고경영자(CEO)는 "MAI는 경쟁사 대비 높은 성능과 빠른 속도, 더 낮은 비용을 목표로 한다"라며 "MAI의 고급 모델들은 MS의 소비자 및 기업용 제품에 빠르게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