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적자를 딛고 한 분기 만에 조단위 영업이익에 복귀하며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 올 1분기에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상향에 따라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등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커졌다. LG전자는 그런데도 역대 1분기 중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TV 사업 반등과 가전·기업간거래(B2B) 영역의 지속적인 성장이 실적을 이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LG전자는 2026년 1분기 연결 기준 실적이 매출 23조7330억원, 영업이익 1조6736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7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4%, 영업이익은 32.9% 각각 증가한 수치다. LG전자는 작년 4분기 109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9년 만에 분기 적자'를 써낸 바 있다. 이를 한 분기 만에 끊어내고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LG전자의 올 1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넘어서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LG전자의 올 1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매출 23조3177억원, 영업이익 1조3819억원이다. 이보다 실제 매출은 5153억원, 영업이익은 2917억원 높게 나타났다.
LG전자가 발표한 올 1분기 실적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른 예상치다. LG전자는 이달 말 올 1분기 확정 실적을 발표할 계획이다. LG전자 측은 "경기 불확실성 지속에도 생활가전 등 주력 사업이 제품 리더십과 공고한 시장 지위를 기반으로 성장을 견인했다"며 "전장 등 B2B 사업의 꾸준한 성장도 최대 매출액 경신에 기여했다"고 전했다.
◇ 실적 갉아먹었던 TV 사업 '반등'
증권가에서도 LG전자의 이번 실적 반등의 배경으로 ▲TV 부문 수익성 개선 ▲B2B 사업 확대 등을 꼽는다. 그간 실적을 갉아먹은 TV 사업이 반등하고 신규 사업에서 성과가 나타나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는 것이다.
LG전자에서 TV·노트북 등의 사업을 담당하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솔루션(MS)본부는 작년 2분기부터 4분기까지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연간 영업손실 규모는 7509억원에 달한다. 올해에는 원가 경쟁력 확보와 운영 효율성 전략의 성과가 나타나면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LG전자도 MS본부가 올 1분기에 직전 분기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LG전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시장에서 13년 연속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작년에도 출하량 기준 점유율이 49.7%로 집계됐다. 작년 세계 TV 시장 출하량은 약 2억858만대로 전년 대비 1% 감소했지만, OLED TV 출하량은 647만대로 6% 증가했다.
LG전자는 2026년형 OLED TV 신제품 가격을 전년 대비 낮추며 대중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체적으로 최고가 범위가 65형은 80만원, 77형은 30만원 정도 싸졌다. 최저 가격대도 77형은 약 70만원, 83형은 약 130만원 내려왔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폭등과 중동 지역 무력 충돌, 미국 관세 영향 등으로 TV 부품·소재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음에도 제품 가격을 낮추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이에 따라 LG전자의 액정표시장치(LCD) TV 상위 모델과 OLED TV 하위 모델의 가격 격차도 10~30% 정도로 좁혀졌다.
LG전자는 일부 모델에 LG디스플레이가 개발한 'OLED 스페셜 에디션(SE)' 패널을 적용하면서 수익성도 끌어올렸다. 이 패널은 OLED 품질은 유지하면서도 가격은 낮춘 제품이다. 이에 따라 일부 증권사에서는 MS본부가 올해 연간 흑자 달성도 가능하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 HVAC 실적은 하락… "원가 구조 개선해 수익성 확보할 것"
LG전자 생활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홈어플라이언스솔루션(HS) 본부는 올 1분기에 시장 수요 변화에 맞춰 온라인 판매·구독 등 비중을 확대했다. 향후 홈 로봇·로봇용 부품(액추에이터) 등 미래 성장 동력 육성을 지속해 갈 방침이다. 가전을 B2B로 공급하는 '건설사 빌트인' 분야에서는 전문 영업 조직 '프로 빌더' 인력을 2023년 대비 4배 이상 늘리는 등 사업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전장 사업을 영위하는 비이클솔루션(VS) 본부는 올 1분기에 수주 잔고 기반의 안정적 성장을 이어갔다. 해외 고객사 비율이 높은 사업 특성상 고환율 기조도 수익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LG전자는 다만 냉난방공조(HVAC) 사업을 담당하는 에코솔루션(ES) 본부의 올 1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하락했다고 밝혔다. 중동 전쟁 등에 따라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진 영향이다. 그러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쓰이는 칠러(설비나 공간 온도를 낮추는 냉각기)나 서버 액체 냉각에 필수적인 냉각수분배장치(CDU) 등에 대한 시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작년 데이터센터용 칠러 사업 수주 규모는 전년 대비 약 3배 수준으로 증가했는데, 이에 대한 성과가 올해부터 실적에 본격 반영될 전망이다.
LG전자 측은 "생산지 최적화 등 선제적으로 진행한 관세 대응 노력에 더불어 수익성 기반 성장을 위해 원가 구조 개선 작업을 사업 전반에서 강도 높게 진행 중"이라며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이슈로 거시경제 불안정·원자재 가격 상승·물류비 증가 등 부담 요인이 커지는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