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국내 양대 웹툰 기업인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올해 새로운 리더십을 필두로 히트작 육성과 해외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디즈니처럼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초대형 지식재산권(IP)을 키워내고 북미·유럽 등에서 신규 이용자를 확보하는 게 목표다.

네이버웹툰은 신임 김용수 웹툰 엔터테인먼트 프레지던트의 지휘 하에 북미 시장 공략에 주력하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뱅크 출신 고정희 공동대표 체제에서 글로벌 팬덤 중심의 플랫폼 고도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웹툰 업계의 최대 화두는 '글로벌'이다. 국내 웹툰 시장이 성장 정체 국면에 접어들고 있어 해외 시장에서 성장 활로를 모색한다는 전략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5 웹툰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웹툰 산업 매출액은 2조2856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4.4% 증가했다. 코로나19 기간인 2020년과 2021년 연간 매출 성장률이 각각 65%, 48%에 육박했던 것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크게 둔화됐다.

이런 흐름은 각 사의 실적과 웹툰·웹소설 플랫폼 사용자 수에서도 드러난다. 네이버웹툰의 미국 본사인 웹툰 엔터테인먼트의 지난해 매출은 13억8271만달러(약 1조9647억원)로 전년 대비 2.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국내 네이버웹툰 월간활성사용자(MAU)는 모바일 앱 기준으로 지난달 약 1297만명으로 전년 대비 약 6.7% 늘었지만, 웹소설 플랫폼인 시리즈 앱 사용자는 394만명으로 1년 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웹툰 사업은 지난해 역성장했다. 지난해 뮤직(멜론과 음원·음반 유통)·스토리(웹툰·웹소설)·미디어(영상 제작·유통) 등 3대 사업을 포함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연결기준 매출은 1조7384억원으로 전년 대비 4.1% 감소했다.

이 가운데 웹툰·웹소설을 포함한 스토리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11.5% 줄어든 4401억7700만원으로 집계됐다. 3개 사업 중 매출 감소폭이 가장 컸다. 지난달 기준 국내 대표 웹툰·웹소설 플랫폼 카카오페이지 사용자는 579만명으로, 1년 전보다 7% 가까이 줄었다.

그래픽=손민균

이에 양사는 올해 새로운 사령탑을 내세워 웹툰 플랫폼의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이다. 최근 선임된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신임 대표의 이력을 보면 올해 양사가 어디에 힘을 실으려 하는지 드러난다.

웹툰 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글로벌 웹툰 사업을 이끌 적임자로 김용수 프레지던트(사장)를 임명했다. 맥킨지, 테슬라 등을 거쳐 2022년 네이버웹툰에 합류한 김 사장은 2024년 웹툰 엔터테인먼트의 미국 나스닥 상장과 지난해 월트디즈니 컴퍼니와의 콘텐츠 협업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웹툰 사업을 총괄해온 김 사장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웹툰 엔터테인먼트는 올해 해외 시장에서 통할 웹툰 콘텐츠를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 일환으로 올해 신규 작품 발굴과 창작자 지원에 70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인기 작품을 '메가 IP'로 육성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나 애니메이션, 게임, 굿즈 등으로 확장 가능한 지역별 오리지널 웹소설·웹툰 IP를 발굴하는 것이 골자다.

김 사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현재는 단기 수익 개선이 아니라 중장기 성장이 최우선 과제"라며 "웹툰이 미국과 글로벌 시장에서도 비주류가 아닌 주류 콘텐츠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웹툰의 대중성을 확보하고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행보의 일환으로 연말 디즈니·마블의 콘텐츠를 담은 신규 만화 플랫폼도 출시할 예정이다. 기존 디즈니·마블 팬덤을 웹툰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다. 영문 플랫폼에는 이달 인기 게임 '오버워치' 기반 웹툰 오리지널 시리즈를 선보이는 등 게임 IP와의 연계에도 나섰다.

고정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신임 공동대표는 지난달 25일 주주총회에서 공식 취임했다. 이번에 합류한 고 신임 대표는 기존 장윤중 공동대표와 호흡을 맞추게 된다. 고 대표는 카카오뱅크 재직 당시 '26주 적금' '모임통장' '저금통' 등 사용자 참여형 서비스를 안착시키는 데 기여한 인물이다.

기존 권기수·장윤중 공동대표 체제에서는 비핵심 사업 정리 등 체질 개선에 무게가 실렸다면, 고정희·장윤중 체제에서는 IP와 플랫폼 연계를 통한 글로벌 팬덤 확장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카카오엔터의 사업은 뮤직·스토리·미디어 3개 사업간 연계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회사는 "새 리더십을 계기로 IP와 플랫폼의 시너지를 고도화하겠다"고 했다.

특히 고 대표는 카카오뱅크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보다 사용자 친화적인 플랫폼을 구축해 이용자들의 체류시간을 늘리는 역할을 맡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웹툰의 경우 최근 이용자 증가세가 꺾인 카카오페이지의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나 혼자만 레벨업' 같은 인기 웹툰·웹소설 IP의 영상화 등 IP 다각화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웹툰 사업의 수익성 확보는 여전히 숙제다. 양사 모두 수년째 영업손실을 지속하고 있는데, 당장은 신작 발굴 등 외형 성장을 위한 투자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사업 확대가 우선이라 당분간 흑자 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