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파운드리 라인(팹16)./TSMC

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1㎚(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공정 양산을 두고 대만과 일본, 한국 파운드리 기업들의 전략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대만 TSMC와 일본 라피더스는 2년 안에 공정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을 추진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당초 내년 1㎚급 공정을 양산하겠다고 밝혔지만, 양산 시점을 미루고 2㎚ 공정 경쟁에 주력하는 중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2028년 1㎚급 공정을 본격 양산할 계획이다. 이시마루 카즈나리 라피더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1㎚급 공정에서 "TSMC와의 기술 격차를 약 6개월 이내로 좁히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최근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전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2029년으로 당초 계획 대비 1㎚급 양산 시점을 2년가량 늦춘 상태지만, 이마저도 구체적인 시점을 두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파운드리 시장 1위 지위를 공고히하기 위해 1㎚급 공정 양산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TSMC는 대만 중부 과학단지(CTSP)에 약 490억달러(약 66조원)를 투입해 새로운 팹(Fab 25)을 건설 중인데, 이 시설에서 내년 말 A14(1.4㎚급) 공정의 시험 생산을 거쳐 2028년부터 본격적인 양산 체제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구체화했다. 여기서 애플 아이폰에 들어가는 차세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라피더스도 1.4㎚ 공정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라피더스는 일본 반도체 산업의 재부흥을 목표로 2022년 8월 도요타와 소니, NTT 등 8개 주요 기업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일본의 국책 파운드리 기업이다. 라피더스는 2029년 양산에 돌입하겠다는 내부 계획이 수립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TSMC와 격차를 6개월로 좁히겠다고 선언한 만큼 2028년말 양산이 진행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라피더스는 일본 캐논의 카메라용 이미지센서 등을 수주해 2나노 공정을 통해 양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라피더스 로고./연합뉴스

다만, 라피더스가 공정 개발을 완료하더라도 고객사 확보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불확실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1나노급 공정 양산에 돌입한 인텔의 경우 자사 중앙처리장치(CPU) 수요가 있지만, 일본 현지에서는 1㎚ 공정을 활용할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가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1㎚대 공정 수요가 쏠릴 글로벌 빅테크 기업도 안정성이 검증된 TSMC에 대한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보이고, 미국에 생산기지가 있는 삼성전자와 인텔을 후순위 기업으로 둘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당초 2027년에서 2029년으로 양산 시점을 미뤘는데, 이마저도 불확실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된다. 수율 부진으로 빅테크 고객사 수주에 난항을 겪었던 2㎚ 경쟁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2㎚ 공정은 최근 수율이 60%를 상회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TSMC와 경쟁하기 위해선 수율 및 공정 성능 개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최우선 과제는 적자 축소다. 이를 위해 레거시(성숙) 공정 가동률을 끌어올리고, 빅테크 수요가 큰 2나노 공정의 안정성을 제고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무리하게 1㎚급 공정을 개발해 사업화를 추진하기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