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엑시노스 2600./삼성전자

올해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의 최대 승부처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600'의 성능이 경쟁사인 미국 퀄컴에 근접할 정도로 개선됐지만 전력 효율 측면에서는 열위를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는 발열 제어를 포함한 설계 최적화가 과제로 남았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최신 모바일 칩 엑시노스 2600과 퀄컴의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를 동일한 조건에서 테스트한 결과, 배터리 유지 시간 차이가 28%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성능은 두 회사의 칩이 경쟁할 수준이지만 전력 효율은 아직 극복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해외 IT 전문 매체에서 공개한 갤럭시S26의 성능 초기 테스트에서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 탑재 모델은 긱벤치6 기준 싱글코어 3670점, 멀티코어 1981점을 기록한 반면, 엑시노스 2600 탑재 모델은 싱글코어 3105점, 멀티코어 1444점으로 집계됐다. 싱글코어는 약 18%, 멀티코어는 약 5%가량 스냅드래곤이 앞선 셈이다.

다른 테스트에서는 격차가 다소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다. 별도 비교에서는 엑시노스 2600이 싱글코어 3197점, 멀티코어 1만1012점을 기록해 멀티코어 기준으로는 1만900점 안팎의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IT 전문 매체 톰스가이드가 정리한 또 다른 실측에서도 엑시노스 2600 모델은 멀티코어 1만1065점, 스냅드래곤 모델은 1만778점으로 나타나 일부 테스트에서는 엑시노스가 멀티코어에서 앞서는 결과를 보였다. 다만 싱글코어에서는 스냅드래곤의 우위가 대체로 유지됐다.

삼성전자 엑시노스 시리즈는 한때 삼성 갤럭시 시리즈의 '두뇌' 역할을 하는 주력 AP 중 하나였지만, 지난 수년간 퀄컴에 밀려 칩을 공급하지 못했다. 반등의 발판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전작 엑시노스 2500이 결과적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엑시노스 2600의 경우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최신 공정인 2나노를 적용하면서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문제는 전력 효율이다. 스마트폰용 AP 시장에서 전력 효율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같은 성능을 내더라도 전력을 많이 쓰면 발열이 커지고 배터리 소모 속도도 빨라질 수밖에 없다. 순간적인 벤치마크 점수는 높게 나올 수 있어도 실제 사용 환경에서는 게임, 영상 편집, 인공지능(AI) 기능 구동 과정에서 성능 유지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삼성전자와 퀄컴 칩의 전력 효율 차이에 대해 업계에선 칩 설계의 방향성 문제를 거론한다. 엑시노스 2600은 멀티코어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코어 구성과 작동 전략을 공격적으로 가져갔다는 해석이다. 저전력 중심 구조보다 성능 중심 구조에 무게를 두면 벤치마크 점수 개선에는 유리하지만, 그만큼 전력 소모가 늘어날 가능성도 커진다.

삼성전자의 2나노 공정도 기대와 현실의 간극을 드러낸 대목으로 꼽힌다. 첨단 공정을 적용해 전력 효율과 성능 측면에서 개선을 기대했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성능 테스트 결과로 보면 아직 공정 성숙도가 부족하다. 전압과 클록, 발열 제어를 포함한 종합 튜닝 단계에서는 아직 보완 여지가 남아 있는 셈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퀄컴에 맞설 만한 칩 성능을 확보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지만, 전력 효율 열세가 이어질 경우 실사용 평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업계가 벤치마크 점수보다 실제 제품에서의 발열, 배터리 지속시간, 장시간 구동 시 성능 유지력을 더 주의 깊게 지켜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