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전쟁부)와 앤트로픽 로고 / 연합뉴스

미국 연방법원이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을 '공급망 위험' 기업에 지정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에 제동을 걸었다.

미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법의 리타 린 판사는 앤트로픽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 이 같은 조치의 효력을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중단하는 예비금지 명령을 26일(현지시각) 내렸다.

법원은 미 국방부(전쟁부)가 앤트로픽을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한 것에 대해 "정부가 밝힌 국가 안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방부가 작전 지휘 체계의 무결성을 우려한다면 단순히 앤트로픽의 AI 모델 클로드 사용을 중단하면 되지만, 이번 조치는 앤트로픽이 정부의 계약 관련 입장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처벌받고 있다는 추론을 뒷받침하고 있다"라며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1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기업이 정부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잠재적 적대자이자 파괴자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조지 오웰식 관념을 뒷받침하는 법령은 없다"고 비판했다.

법원은 국방부의 조치를 '기업 살해 시도'라고 규정한 의견서를 인용하면서 "살해는 아니더라도 증거에 따르면 앤트로픽에 심각한 손상을 줄 것"이라고 임시금지 명령을 내린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국방부의 발표 이후 수일 내로 앤트로픽은 수억달러 규모의 계약 체결이 지연되고, 일부 고객이 계약을 해지했으며, 잠재 고객과의 협상도 중단되는 등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는 점도 적시했다.

특히 국방부가 민간 기업들에도 앤트로픽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한 조치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도 지적했다.

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국방부 외에 다른 연방 기관에도 앤트로픽 기술 사용을 중단하라고 지시한 내용을 따르거나 집행하는 것도 금지했다.

또 국방부를 비롯한 연방 기관들에 이 명령을 준수하기 위해 취한 조치를 다음 달 6일까지 보고하라고 명령했다.

다만 행정부에 항고할 기회를 주기 위해 해당 명령의 효력을 7일간 유예했다.

앤트로픽의 클로드는 미군의 기밀 시스템에서 유일하게 사용된 AI였으나, 앤트로픽은 자사 AI 모델을 대규모 국내 감시와 자율 살상 무기에 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국방부와 갈등을 빚었다. 국방부는 AI를 '합법적인 모든 용도'에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맞선 끝에 지난달 27일 앤트로픽을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하는 강수를 뒀고, 트럼프 대통령도 모든 연방 기관에 앤트로픽 기술 사용 중단을 지시했다.

이에 앤트로픽은 지난 9일 법원에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지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과 가처분 신청을 냈다.

미국은 앤트로픽의 퇴출을 발표한 이후에도 이란 공습에서 클로드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미군은 공습 첫 24시간 동안 1000여개의 표적을 타격하기 위해 팔란티어가 개발한 AI 기반 군사정보 플랫폼인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을 사용했는데, 해당 시스템에는 앤트로픽의 클로드가 탑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