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지난 2021년 약 1700억원을 투자한 인도네시아 종합 미디어 기업 '엘랑 마코타 테크놀로지(Emtek·엠텍)'에 대해 사실상 손절 수순에 들어갔다. 네이버는 당초 기대와 달리 엠텍이 실적 부진을 이어가자 지분을 매년 축소하고 있다.
23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네이버는 지난해 보유 중이던 엠텍 지분 5억9997만6856주의 약 10.9%(6541만9700주)를 처분했다. 당초 네이버는 2021년 3월 엠텍에 대해 1억5000만달러(약 170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진행하면서 지분 1.79%(11억1125만8956주)를 확보했다. 지난해 말 기준 네이버가 보유한 잔여 엠텍 주식 수는 5억3455만7156주로, 첫 투자 때보다 주식 수가 52%가량 줄었다.
엠텍은 1983년에 설립된 인도네시아 최대 종합 미디어 플랫폼 기업이다.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비디오(Vidio)'를 비롯해, 전국 1~2위 공중파 채널과 지역 공중파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엠텍은 다양한 콘텐츠 제작 및 유통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미디어·엔터테인먼트·콘텐츠 사업 외에도 간편 결제, 커머스, 클라우드와 같은 IT 솔루션 등 테크 기반에 주력한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초기 투자 당시에만 해도 네이버는 인도네시아·태국에서 웹툰 플랫폼 매출 1위를 달리는 '라인웹툰'과 동남아 지역에서 8100만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메신저 서비스 '라인' 등을 통해 동남아 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네이버는 당시 전략적 투자 이유에 대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서 장기적으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발굴·모색하기 위한 투자"라며 "웹툰을 비롯한 콘텐츠·클라우드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네이버와 접점이 많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엠텍의 실적은 기대와 달랐다. 엠텍의 2021년 매출은 12조8407억루피아였지만 이듬해 매출은 전년보다 23% 감소한 9조8461억루피아로 주저앉았다. 영업이익 역시 2021년에는 1조3562억루피아로 집계됐지만, 2023년에는 2008억루피아 손실을 기록했다. 2024년에는 그나마 매출 12조2333억루피아, 영업이익 1조60억루피아로 회복했다. 네이버는 콘텐츠와 클라우드 분야에서 엠텍과 접점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결국 네이버는 첫 투자 이듬해부터 매년 엠텍의 지분율을 낮췄다. 2022년 말 1.48%로 낮아진 후 2023년에는 1% 밑으로 내려갔다. 작년 말에는 0.87% 수준으로 줄였다.
업계에서는 아직 지분이 남아있지만, 네이버가 엠텍에 대해 사실상 손절 수순에 들어간 것이라 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매년 지분을 팔았고 아직 지분이 남아 있어 투자 성과에 대해 예단할 수는 없지만, 현재까지는 대략 300억원대 손해를 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시장 탐색 차원에서 투자가 이뤄진 이후 현지 시장 상황이 안 좋아져 투자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재조정) 차원에서 일부 지분 매각이 이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