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주라서 자랑스럽습니다. 대한민국 1등 기업을 응원합니다."
18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의 2026년 정기주주총회에서 만난 이모(37)씨는 이렇게 말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주주 약 1200명이 주총장을 찾았는데, 대부분 밝은 표정을 보였다. 대학생부터 70대까지 주주 구성도 다양했다. 작년 말 기준 삼성전자 주주 수는 419만6025명이다.
주가가 5만원대에 머물고 있던 상황에서 열린 작년 주총은 '성토의 장'이었는데, 올해 주총은 '축제의 장'으로 분위기가 180도 바뀐 모습이었다. 주주들은 삼삼오오 모여 "그간 마음 고생이 많았다" "회사를 믿고 기다리니 이런 날도 온다"며 서로를 격려하며 웃었다.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약 6% 오른 20만5000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3.5배 넘게 오른 것이다.
이날 주총 의장을 맡은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도 최근 두드러진 주가 성장을 성과로 제시했다. 그는 "작년 어려운 대내외적 환경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333조6059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며 "주가도 큰 폭으로 상승해 한국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1000조원을 돌파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인공지능(AI) 수요 대응을 위해 시설 투자와 미래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비 투자도 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주가치 제고 계획에 대해서는 "작년 연간 9조8000억원의 정규 배당과 함께 1조3000억원의 추가 배당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했다.
◇ "임금 경쟁력, 경쟁사 대비 떨어져… 개선될 것"
주총에서는 안건 심의와 표결 등이 진행됐다. 안건으로 상정된 ▲허은녕 서울대 교수의 감사위원 선임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 승인 ▲재무제표 승인 ▲이사 보수 한도 승인 등은 모두 원안대로 가결됐다.
이날 유명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사외이사에서, 송재혁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사내이사에서 물러났다. 주총에서 김용관 DS부문 경영전략총괄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가결되면서 삼성전자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5명 체제로 재편됐다. 이에 따라 이사회는 기존 9명에서 8명으로 축소 운영된다. 이사 보수 한도는 작년 360억원에서 450억원으로 늘어났다.
전 부회장은 "이사회 규모가 축소되더라도 사외이사가 5명으로 상법상 사외이사 과반 구성 요건을 충분히 충족하고 있다"며 "새로운 후보를 검토했지만 시간 제약, 유력 후보들의 개인 사정이 있어서 새롭게 후보로 못 내밀었다"고 했다.
전 부회장은 각 의안에 대한 표결을 받는 과정에서 주주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발언 기회를 얻은 주주들은 "믿고 기다린 주주들에게 경영진이 '화끈하게' 화답해 준 것 같다" "작년 주총 때와 달리 주가가 많이 올라 감사하다" "차를 판 돈을 모두 삼성전자에 투자했는데, 신제품 설명을 들으니 기대가 더 커졌다" "1년 사이 3~4배 주가를 끌어올려 준 경영진 모두 고생하셨다" 등 칭찬과 격려를 전했다.
날카로운 질문도 이어졌다. 한 주주는 '국내외 기업에서 인재 유치 경쟁이 치열한데, 삼성전자의 경쟁사 대비 임금 경쟁력이나 인재 유출 문제는 없는지'를 물었다. 전 부회장은 "반도체 부문의 경영 성과가 저조한 시기를 겪으면서 실적과 연동되는 성과급 지급률이 낮아져 임금 경쟁력이 경쟁사 대비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작년부터 반도체 제품 경쟁력을 회복하면서 성과급 지급이 늘어나는 추세이고, 임금 경쟁력 격차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순현금이 100조원이 넘었는데 배당·투자 확대 계획이 있는지'를 묻는 말에는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을 고려해 보유 현금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했다.
◇ HBM4E 등 차세대 기술 전시… "작년에 한 '경쟁력 회복' 약속 지켜"
주총 이후에는 예년과 같이 올해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주주와 대화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전 부회장을 비롯해 노태문 DX(완제품)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 박순철 최고재무책임자(CFO), 송재혁 최고기술책임자(CTO), 용석우 VD사업부장(사장), 김철기 DA사업부장(부사장) 등 삼성전자 주요 경영진이 모두 참여했다.
전 부회장은 "작년 경쟁력 부족에 대해 반성하고, 회복을 약속드린 바 있다"며 "그 약속을 지켰다고 말씀드리고 싶고, 내년에는 더욱 차별화된 기술을 발전시켜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메모리 경쟁력에 대해 다시는 작년과 같은 반성과 우려가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경영진 모두가 협심·단결해 좋은 성과로 주주들에게 보답하겠다"고 덧붙였다.
노 사장은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AI 기반으로 혁신하고 AX(AI 전환)를 전사적으로 확산하겠다"며 "불확실한 글로벌 환경에서도 빠른 시장 센싱과 시나리오별 대응 체계를 구축해 AI를 혁신과 성장의 모멘텀으로 만드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주총장을 찾은 주주들을 위해 7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E) 등 미래 기술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 공간도 마련했다. HBM4E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한 6세대 HBM(HBM4)의 후속 모델로, 1c D램 공정과 4나노미터(㎚·10억분의 1m) 기반 베이스 다이를 적용해 핀(데이터 이동 통로) 속도를 최대 초당 16기가비트(Gbps)로 끌어올렸다. 지난 16일(현지시각) 열린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GTC 2026)에 이어 이날 주총장에서도 실물이 전시되며 기술 경쟁력을 드러냈다. 이 밖에도 스마트폰·TV·가전 등에 접목된 AI 기능과 차세대 디스플레이 제품도 주주들의 이목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