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통신사들이 가입자 유치 경쟁에 마케팅 비용을 늘린 반면, 본업인 통신 설비투자는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번호이동 전쟁에서 단기 성과를 위한 집행은 늘었지만, 네트워크 고도화에 소홀한 모습이 확인됐다.
◇ 마케팅비 늘린 통신사들 가입자 증가… SKT만 나홀로 감소
16일 통신 3사가 공개한 2025년 실적 자료에 따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연간 합산 마케팅비는 8조493억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7조6610억원)보다 5.1% 늘었다.
지난해 마케팅비 증가 폭이 가장 큰 곳은 KT였다. KT의 작년 마케팅비(판매비)는 2조8350억원으로, 2024년(2조4937억원) 대비 13.7% 증가했다. 작년 4월 SK텔레콤 해킹 사고 이후 위약금 면제 상황에서 가장 적극적인 마케팅 공세를 펼친 사업자라는 점이 수치로 입증된 셈이다. 가입자 지표도 이와 같은 흐름이었다. KT의 이동통신(MNO) 가입회선은 지난해 4분기 2061만개로, 전년(1895만개) 대비 8.7% 늘었다. LG유플러스도 마케팅비 지출을 확대했다. 지난해 LG유플러스의 마케팅비는 2조3143억원을 기록, 2024년보다 4.8% 증가했다. 작년 4분기 MNO 가입회선은 2170만개로, 전년(2만368개) 대비 6.6% 늘었다.
반면, 통신 3사 중 SK텔레콤만 마케팅비가 감소했다. 지난해 SK텔레콤의 마케팅비는 2조9000억원으로 2024년보다 0.3% 줄었다. 작년 4분기 MNO 가입회선도 3085만개로 전년 동기(3108만개) 대비 2.9% 줄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작년에 불거진 해킹 사고로 SK텔레콤 가입자 유치를 위해 경쟁사들의 마케팅비 지출이 크게 늘었다"면서 "마케팅비 증감이 가입자 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실제 수치로 입증됐다"라고 했다.
◇ 마케팅비 지출이 네트워크 투자 압도
지난해 통신사들이 마케팅비 지출을 늘리며 가입자 유치에 집중한 반면, 주력 사업인 통신 네트워크 투자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통신 3사의 합산 캐팩스(CAPEX⋅설비투자)는 6조8189억원으로 2024년(7조4342억원) 대비 8.2% 줄었다. 통신사들은 인공지능(AI) 투자를 핑계로 2022년부터 지속적으로 캐팩스 규모를 줄여왔다. 여기에 지난해 발생한 해킹 사고로 네트워크 투자도 줄어 7조원대 캐팩스 벽마저 무너졌다.
회사별로 보면 SK텔레콤의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작년 SK텔레콤이 집행한 캐팩스 규모는 2조1290억원으로 2024년 대비 11% 줄었다. KT의 지난해 캐팩스는 2조9400억원으로, 2024년보다 5.8% 감소했다. LG유플러스가 지난해 사용한 캐팩스 비용은 1조7499억원으로 2024년 대비 8.9% 줄었다.
연간 총액 기준으로도 마케팅비가 캐팩스 비용을 압도했다. 지난해 통신 3사의 마케팅비는 8조493억원으로 캐팩스 비용(6조229억원)보다 34% 더 많았다. 통신사의 마케팅비가 캐팩스 비용을 추월한 건 2024년부터다. 2024년 통신 3사의 마케팅비는 7조6610억원으로 3사 합산 캐팩스(7조4343억원) 비용보다 3% 더 많았다. 2023년에는 통신 3사의 합산 캐팩스(8조5751억원)가 3사 마케팅비(7조5780억원)보다 13% 더 많았다.
김경원 세종대 경영학과 석좌교수는 "지난해 단통법(이동통신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폐지와 해킹 사고가 겹치면서 통신 3사의 마케팅비가 대폭 늘어났다"면서 "가입자 쟁탈전이 네트워크 투자보다 우선 순위 측면에서 앞선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