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부족으로 스마트폰, 가전, TV 등 전자·IT 업계가 홍역을 앓고 있는 가운데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게임업계다. 소니 게임 사업의 핵심인 플레이스테이션6(PS6) 출시 시점이 2028년 혹은 2029년까지 미뤄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세계 최대 게이밍 플랫폼 스팀을 운영하는 밸브(Valve)도 메모리 가격 폭등으로 '스팀 머신' 등을 비롯한 각종 게이밍 기기 출시에 비상이 걸렸다.
게임 기기뿐만 아니라 게임 산업 자체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메모리·스토리지 가격 상승이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구독서비스, 주변기기, 개발비 상승을 초래하면서 업계 성장을 둔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메모리 부족이 기기 문제가 아니라 플랫폼 전체의 가격 체계를 흔드는 변수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해외 주요 게임 기기 제조사들은 메모리 가격 인상에 따른 하드웨어 가격 부담을 떠안는 대신 게임 가격과 구독료·주변기기 가격을 재조정해 타격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에 따른 파생 효과로 새로운 게임 개발과 서비스 확대 등 소프트웨어 분야의 성장 동력까지 저해하고 있다.
우선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스위치, 스팀 머신 등 소비자 수요가 높은 제품군의 공급이 둔화하는 추세다. 앞서 엔비디아는 게임 기기에 탑재되는 반도체 공급 부족이 올해 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관측했으며, 이 여파가 자사 게임 사업뿐 아니라 세계 콘솔 시장 전체에도 부담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도 2026년 콘솔 시장이 4.4%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게임 타이틀 판매에도 영향이 확인되고 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닌텐도 스위치2의 저장공간 문제가 게임 소프트웨어 수요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낸드플래시 가격 급등으로 외장 저장장치 비용이 오르면서 제한된 내장 저장공간을 가진 이용자들이 게임 구매에 더 신중해졌고 이것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외 대형 게임 개발사의 비용 구조도 악화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인공지능(AI)과 게임이 데이터센터 자원을 놓고 경쟁하면서 2026년에는 게임 스튜디오에 서버·클라우드 인프라 비용이 핵심 부담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라이브 서비스 게임, 멀티플레이 서버, 대규모 백엔드 운영 비중이 큰 회사일수록 메모리 부족의 간접적인 타격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메모리 반도체 계약 가격은 춘절 이후 전 분기 대비 130∼180% 상승하는 등 유례없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서버용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 매출 비중이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중에서도 고가에 해당하는 서버용 메모리와 AI 메모리가 급격한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부족은 게임 기기의 공급 차질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콘솔·PC 가격 인상, 엔트리급 기기 축소, 게임·구독·주변기기 가격 재조정, 저장장치 부담에 따른 소프트웨어 판매 둔화, 서버 비용 상승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게임 시장 전반의 비용 충격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