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분기 109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9년 만에 분기 적자'를 냈던 LG전자가 올해에는 실적 반등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3분기 연속 적자가 이어진 TV 부문의 개선과 냉난방공조(HVAC)를 중심으로 한 기업간거래(B2B) 사업 확대로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조원 안팎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다. '피지컬 AI'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은 중장기 성장을 이끌 요인으로 꼽힌다. 작년 말 등판한 류재철 LG전자 사장의 리더십에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1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가 집계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LG전자의 올해 연간 실적은 매출 92조1822억원, 영업이익 3조4555억원으로 전망됐다. 작년과 비교해 매출은 3.3%, 영업이익은 39.4% 오를 수 있다는 게 증권사들의 분석이다.
LG전자는 올 1분기부터 두드러진 실적 개선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의 올 1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23조2822억원, 영업이익 1조375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4%, 영업이익은 9.2% 증가한 수치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소폭 하락이 예상됐지만, 영업이익은 '조 단위'로 점쳐지면서 1개 분기 만에 턴어라운드가 확실시되고 있다.
◇ '적자 늪' 빠진 TV사업, 올해 '흑자 전환' 노린다
증권사들은 LG전자의 올해 실적 개선 배경으로 ▲TV 부문 수익성 개선 ▲B2B 사업 확대를 꼽았다. TV 사업이 개선되면서 손실 규모를 줄이고, HVAC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에서 TV·노트북 등의 사업을 담당하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솔루션(MS)본부는 작년 2분기부터 4분기까지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연간 영업손실 규모는 7509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올해에는 원가 경쟁력 확보와 운영 효율성 전략의 성과가 나타나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LG전자는 미국발 관세와 메모리 반도체 품귀 현상에 TV 부품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자, 공급선 다변화에 주력하며 대응하고 있다.
올해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가 연달아 열려 TV 수요가 증가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2월 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3월)·북중미 월드컵(6월)·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9월) 등이 개최된다. 이에 따라 프리미엄 제품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시장이 활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LG전자는 OLED TV 시장에서 13년 연속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에도 출하량 기준 점유율이 49.7%로 집계됐다. 작년 세계 TV 시장 출하량은 약 2억858만대로 전년 대비 1% 감소했지만, OLED TV 출하량은 647만대로 6% 증가했다. 올해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연내 LG디스플레이가 개발한 'OLED 스페셜 에디션(SE)' 패널을 탑재한 보급형 TV를 국내에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OLED를 중심으로 LG전자 TV 사업의 실적 개선이 이뤄져 MS본부가 올해 적자 규모를 전년 대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올해 300억~9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도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 '냉각' 솔루션으로 AI 데이터센터 시장 정조준
LG전자의 HVAC 사업을 담당하는 에코솔루션(ES)본부의 외연 확장도 예상된다. AI 데이터센터에 쓰이는 칠러(설비나 공간 온도를 낮추는 냉각기)나 서버 액체 냉각에 필수적인 냉각수 분배 장치(CDU) 등에 대한 시장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데이터센터용 칠러 사업 수주 규모는 전년 대비 약 3배 수준으로 증가했는데, 이에 대한 성과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다.
LG전자의 주력 사업인 가전은 단기적으로는 '구독 모델'의 확산이, 중장기적으로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실적 성장을 이끌 요인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가전을 B2B로 공급하는 '건설사 빌트인' 분야 확대를 위해 전문 영업 조직 'LG 프로 빌더' 인력을 2023년 대비 4배 이상 늘리기도 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홈어플라이언스솔루션(HS)본부는 올해 AI 기능의 적극적인 채택과 구독 가전, 프리미엄 중심의 매출 확대가 전망된다"며 "평균판매가격 상승으로 연결돼 전사적 이익 성장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로보틱스 등 신성장 플랫폼을 확대 중인데, 이는 가전·TV·전장·공조 등 사업 전반에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했다. LG전자는 지난 1월 개최된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6'에서 홈 로봇 'LG 클로이드'를 공개한 바 있다. 다섯 손가락을 갖춘 클로이드는 사용자의 가사 부담을 덜기 위해 제작된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LG전자가 실적 성장을 이룰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올해 본격적으로 경영에 나선 류 사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류 사장은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하면서 5대 핵심 과제로 ▲주력 사업 경쟁력 강화 ▲질적 성장 가속화 ▲지역 포트폴리오 건전화 ▲새로운 성장 기회 발굴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류 사장은 자신이 내놓은 경영 비전이 말뿐인 목표에 그치지 않도록 현장 변화를 자주 살핀다"며 "내부에서도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