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메모리 초호황기를 맞아 대규모 인재 채용에 나선 가운데 대만 TSMC와 미국 실리콘밸리의 빅테크들도 반도체 전문 인력 수급에 나서고 있다. TSMC는 올해 8000여명의 인력을 신규 채용할 예정이며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테슬라 등도 자체 반도체 설계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 중이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해 차세대 메모리, 첨단 패키징, 맞춤형 반도체(ASIC) 등 반도체 시장 전선이 확대되면서 인적 자원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신입사원 공채에서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을 중심으로 채용 규모를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최근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평택 5공장(P5)을 건설하며 생산 시설 확대에 나섰다. 적자에 시달렸던 파운드리 사업부도 반등을 위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는 만큼 DS부문이 관련 인력 확보에 적극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첨단 패키징 기술과 설계 분야에서도 해외 경력직 인재 스카우트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이례적으로 올해 최소 1000명 이상의 신규 채용이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0일 채용 페이지를 새로 열고 오는 23일까지 기술·사무직 신입사원을 모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탤런트 하이웨이(Talent hy-way)'라는 새 채용 전략을 공개하고 신입과 생산직을 포함한 수시 채용을 확대하는 등 인재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기존 경력 중심 채용 구조에서 벗어나 신입과 전임직(생산직)을 아우르는 수시 채용 체제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우수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국내 11개 대학에서 캠퍼스 리크루팅도 진행하고 있다. SK그룹은 2022년부터 그룹 차원의 공채를 없애고 계열사별 수시 채용 체제로 전환했다. 이 가운데 SK하이닉스가 신입 채용에 나선 것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에 따른 인력 확보 차원으로 풀이된다.
TSMC도 올해 이례적으로 대규모 인력 채용에 나선다. 대만 통신사 CNA에 따르면 TSMC는 올해 약 8000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석사 학위를 지닌 신입 엔지니어의 평균 연봉은 약 220만대만달러(약 1억296만원) 수준이다. 전기·전자공학, 광전자공학, 물리학, 재료공학, 화학공학, 기계공학, 환경공학, 산업공학 등 공학 계열뿐 아니라 경영관리, 인사, 회계 등 다양한 직군에서 인재를 모집한다.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활용 확대에 따라 관련 신기술 분야 인재 확보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AI 메모리의 중심지로 부각되고 있는 국내 반도체 전문 인력을 유치하려는 미국 빅테크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앞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한국 반도체 인력을 모집하는 채용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테슬라코리아의 AI 칩 디자인 엔지니어 채용 공고를 공유하며 16개의 태극기 이모티콘을 올렸고 한국 엔지니어를 환영한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최근 들어 자체 설계 AI 칩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는 MS, 구글 등도 어느 때보다도 한국 엔지니어를 선호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HBM을 필두로 글로벌 AI 공급망에서 입지를 높여가면서 한국 엔지니어를 향한 빅테크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며 "빅테크들로부터 전문 인력을 지키기 위해 국내 기업들의 전략적 인재 관리 방안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