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각)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 2026′이 열린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 7관. 이곳에서는 권투 시합이 열렸다. 링에 올라간 첫 번째 선수는 키 180㎝에 근육이 탄탄한 남성이었다. 그의 상대는 세계 2위 휴머노이드 제조사 중국 유니트리의 G1 로봇. G1 로봇의 키는 130㎝, 몸무게는 35㎏이다.
남성이 주먹을 날리자 G1 로봇이 잠시 뒷걸음질 치더니 다시 공격을 시작했다. 경기 도중 넘어지기도 했지만, 순식간에 일어났다. 펀치 다섯 대를 연달아 맞아도 끄떡없었다. 그러다 뒤로 넘어졌고,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파이브, 포, 쓰리". G1 로봇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 경기를 이어갔다. 다음 경기는 로봇끼리의 경기였다. 같은 체급 간의 경기라 그런지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MWC 2026의 주제 'IQ 시대(The IQ Era)'는 스마트폰을 넘어 로봇, 자율주행차 등 물리적 형태의 '피지컬 AI' 단말로 확장되는 모바일 생태계를 의미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피지컬 AI를 가장 잘 반영한 제품군 중 하나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단순한 정보 처리 단계를 넘어 현실 세계와 상호작용하고 물리적인 작업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IQ 시대 로봇은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지능형 시스템으로 진화 중이다.
◇ 샴페인 서빙부터 배달까지… 무궁무진한 로봇의 잠재력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휴머노이드 로봇 1위 업체 애지봇(Agibot) 전시관에는 빨간색 나비 넥타이와 웨이터 복장을 한 로봇이 보였다. 양손에는 쟁반에 물이 담긴 샴페인 2잔을 각각 들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했다. 샴페인 잔 속 물은 요동치지 않고 안정적이었다. 바로 옆에는 울트라 D1 로봇개가 30㎝ 이상 점프해 덤블링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애지봇 관계자는 "D1은 8㎏까지 등에 짊어지고 다닐 수 있어 배달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애지봇은 MWC 2026에서 로봇의 글로벌 판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에이지봇의 발표는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이 실용화 단계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올해 MWC에 출품된 휴머노이드 로봇은 상당수가 중국 제품이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출하된 휴머노이드 로봇 1만3317대 중 87%가 중국 업체가 만든 제품이었다. 애지봇(Agibot)과 유니트리(Unitree)가 각각 5168대(39%), 4200대(32%)로 전체 시장의 71%를 차지하고 있다. 아직은 출하량이 많지 않지만, 오는 2035년에는 26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옴디아는 내다봤다.
MWC 주최 측인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중국 3대 통신사(차이나모바일·차이나텔레콤·차이나유니콤)와 협력해 모바일 네트워크와 인프라에 AI를 통합하는 것을 가속화하기 위한 새로운 산업 협력체인 '모바일 AI 혁신 이니셔티브'를 출범한다고 발표했다. 주목할 점은 애지봇이 알리바바 클라우드, 인텔 등이 포함된 30개 전략적 파트너로 참여한다는 것이다.
◇ 글로벌 통신사들도 로봇 기술 경쟁
차이나모바일은 로봇으로만 운영되는 식당을 보여줬다. 태블릿으로 주문을 넣자 로봇 4대로 구성된 식당 직원들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웨이터 로봇은 천천히 쟁반을 들어 올려 다른 로봇이 만두 접시를 놓을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차를 따르는 휴머노이드 로봇에게 천천히 이동했고, 메인 로봇은 냉장고에서 사과를 꺼내 마지막 직원에게 전달했다. 모든 주문이 준비되자 웨이터 로봇이 계산대로 가져갔다. 차이나모바일 관계자는 "회사의 AI 모델 '링시(Lingxi)'와 클라우드 기술이 접목됐다"며 "4대의 로봇이 주문, 조리, 서빙, 계산까지 하나의 팀으로 협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의 정확도는 92%"라고 덧붙였다.
차이나텔레콤 부스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붓을 들어 글자를 쓰고 있었다. '복(福)' 글자를 사람보다 더 잘 썼다. 미세한 떨림까지 조절하며 붓글씨를 완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초 정도였다.
LG유플러스 부스에서는 AI 에이전트와 지능형 로봇의 결합을 볼 수 있었다. 남편이 "다음 날 갑자기 출장이 잡혔어"라고 전화를 걸자 이를 들은 '익시오 프로'가 통화 맥락을 파악해 휴머노이드 로봇에 출장 물품을 챙기도록 했다. 로봇은 스스로 캐리어를 끌어와 짐을 싸기 시작했다. 사용자의 명령 없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로봇의 모습을 보여줬다.
시한 보 첸 GSMA 중화권 총괄은 "AI가 실질적으로 삶에 적용되려면 지연 시간이 짧고, 프로그래밍이 가능하며, 안전한 연결성이 필수적"이라며 "모바일 네트워크는 차세대 AI 개발을 위한 기반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왕펑 베이징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인구 구조 변화, 인건비 상승 등으로 로봇 시장의 잠재력이 크고 의료, 노인 돌봄, 가사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며 "다만, 안전 기준이 확립되지 않아 로봇이 실생활에 널리 도입되기까지는 상당한 난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MWC 2026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한계도 확인할 수 있었다. 매직랩(MagicLab) 부스에 있는 로봇 2대는 소파 위에 널브러져 앉아 있었고, 로봇 1대는 소파에 기대고 있었다. 매직랩 관계자는 "배터리 충전이 필요해 로봇들이 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