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로봇은 구글에게 돈만 쓰는 사업으로 여겨졌습니다. 2017년 로봇 업계의 상징이던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소프트뱅크에 매각했을 당시, 시장에서는 수익성 낮은 사업을 정리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군사용 이미지와 상용화의 높은 장벽도 부담 요인이었습니다.
로봇은 한동안 구글의 핵심 전략에서 멀어진 영역으로 인식됐습니다. 그러나 구글의 방향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로봇의 '몸'을 직접 만들기보다, 그 안에 들어갈 '뇌'를 장악하겠다는 전략입니다. 하드웨어 제조 경쟁 대신 모든 로봇에 탑재될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를 선점하겠다는, 이른바 '로봇판 안드로이드' 구상입니다.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25일(현지시각) 인트린식을 알파벳 산하에서 구글 조직으로 통합하겠다고 발표한 결정입니다. 인트린식은 알파벳의 연구 조직 X에서 발전해 2021년 분사한 회사로, 이번 합류를 통해 구글의 핵심 전략 축으로 재편됐습니다. 앞으로는 구글 딥마인드의 제미나이 모델과 구글 클라우드 인프라를 직접 활용하게 됩니다. 로봇 전문가가 아니어도 자동화 프로세스를 설계할 수 있는 '플로우스테이트' 플랫폼을 통해 공장 운영체제(OS) 영역을 선점하겠다는 목표입니다. 폭스콘과 손잡고 AI 기반 제조 자동화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 전략은 보스턴다이나믹스와의 협력에서 보다 구체화됐습니다. 올해 1월 CES 2026에서 양사는 최신형 휴머노이드 '아틀라스(Atlas)'에 구글의 '제미나이 로보틱스' 모델을 탑재하기로 했습니다.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로봇 하드웨어 역량과 구글의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결합하는 구조입니다. 직접 로봇을 제조하기보다, 핵심 소프트웨어를 통해 영향력을 확장하는 방식입니다. 보스턴다이나믹스 전 최고기술책임자(CTO) 애런 손더스를 하드웨어 부사장으로 영입한 것도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연결하는 내부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됩니다.
구글에게 이런 전략은 낯선 방식이 아닙니다. 모바일 시대에도 구글은 직접 스마트폰을 대량 생산하기보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앞세워 삼성전자 등 제조사와 협력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하드웨어는 파트너가 담당하고, 구글은 소프트웨어와 생태계를 장악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 결과 안드로이드는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표준 운영체제로 자리 잡았습니다.
로봇 산업의 판도 역시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생성형 AI 경쟁이 챗봇을 넘어 실제 물리 세계로 확장되면서 '피지컬 AI'가 주요 전략 영역으로 부상했습니다. 엔비디아는 물리 법칙을 이해하는 세계 모델 '코스모스(Cosmos)'와 로봇용 칩 플랫폼을 앞세워 생태계를 넓히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프리몬트 공장을 로봇 생산 거점으로 전환하고, 2026년 1분기 옵티머스 3세대 양산과 함께 연간 100만대 생산 체제를 준비 중입니다. 오픈AI 역시 로봇용 범용 AI 확보를 위해 피지컬 인텔리전스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고, 알리바바는 로봇용 AI '린브레인'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중국 내 생태계 확장에 나섰습니다.
빅테크들이 로봇에 주목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텍스트와 이미지 중심의 학습을 넘어, 현실 세계에서 수집되는 물리적 데이터가 차세대 AI의 핵심 자원이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오류가 화면 안에 머물 수 있지만, 로봇은 물리적 과업에 실패하는 순간 결과가 즉각 드러납니다. 물리 세계는 AI의 한계를 검증하는 시험대이자, 동시에 새로운 상업적 기회가 열리는 영역입니다.
결국 구글의 선택은 하드웨어 경쟁이 아니라 '범용 두뇌' 선점에 있습니다. 어떤 로봇이든 탑재할 수 있는 AI 소프트웨어를 표준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입니다. 피지컬 AI 시대의 주도권은 누가 더 정교한 로봇을 만드느냐보다, 누가 더 많은 로봇의 두뇌를 장악하느냐에 달려 있을지 모릅니다. 구글이 이번에는 로봇을 통해 AI의 다음 10년을 설계할 수 있을지,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