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초기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을 받았던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PS)5 프로가 재평가를 받고 있다. PC용 메모리와 그래픽카드 가격이 동반 급등하면서, 고성능 게이밍 환경을 비교적 안정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콘솔의 매력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 PS5 프로 판매 비중이 상승세를 보이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25일 시장조사업체 서카나(Circana)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미국에서 판매된 전체 PS5 기기 중 PS5 프로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3%로 집계됐다. 이는 과거 PS4 프로가 기록했던 생애 주기 점유율(약 13%)과 유사한 수준이다. 가격이 499달러였던 PS5 기본 모델 대비 200달러 이상 오른 700달러(국내 출고가 111만8000원)로 책정됐음에도, 하이엔드 이용자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안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판매 지표도 견조하다. 소니의 2025 회계연도 3분기(10~12월) 실적에 따르면, 해당 분기 PS5 시리즈 전체 판매량은 약 800만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PS5 전 세계 누적 판매량은 9210만대로 파악됐다.
일본에서는 2025년 말 기준 PS5 프로 누적 판매량이 약 25만~30만대 수준으로 추산된다. 영국 등 유럽 시장에서는 2025년 블랙프라이데이 주간에 출시 당시를 제외하고 역대 최고 수준의 주간 판매량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판매 분위기가 반전된 배경에는 PC 부품 가격 급등이 자리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Force)에 따르면, 올해 1분기 D램 가격은 전 분기 대비 90%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지난해 중반 10만원대였던 32기가바이트(GB) DDR5 메모리 키트가 올해 초 30만~40만원대로 뛰었다.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역시 올해 초 50% 이상 추가 상승하며 2테라바이트(TB) 고성능 제품 가격이 30만원을 웃도는 상황이다.
그래픽카드 가격도 불안정하다. 최신 RTX 50 시리즈 일부 모델은 권장소비자가(MSRP)를 크게 웃도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으며, PS5 프로와 유사한 4K 60프레임급 성능을 내려면 RTX 4070 Ti~5070급 이상 그래픽카드와 32GB 메모리, 2TB SSD 조합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경우 전체 조립 비용은 최소 220만~250만원 수준으로, PS5 프로(111만8000원)의 두 배에 달한다.
콘솔의 가격 안정성도 상대적 강점으로 꼽힌다. 소니는 대량 선구매 및 장기 계약을 통해 부품을 확보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실시간 부품 시세 급등이 소비자 가격에 즉각 반영되지는 않는다. 여기에 자체 AI 업스케일링 기술(PSSR)을 통해 고해상도 환경을 구현하면서, 고가의 PC 그래픽카드 없이도 4K 게이밍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이 비교 우위로 작용하고 있다.
킬러 콘텐츠에 대한 기대감도 판매를 떠받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출시가 예정된 'GTA 6(Grand Theft Auto VI)'는 차세대 콘솔 성능을 본격적으로 요구하는 대작으로 평가받는다. 업계에서는 GTA 6 출시를 앞두고 PS5 프로 수요가 한 차례 더 정점을 찍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국내에서는 펄어비스의 '붉은사막'과 넷마블의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 등 콘솔 중심 AAA급 타이틀 출시가 이어지며 하드웨어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국내 콘솔 시장의 구조적 성장도 주목된다. '2024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콘솔 시장 규모는 약 1조1291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업계에서는 2026년 1조3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한다. 신한투자증권 등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2026년 국내 모바일 게임 성장률이 2%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콘솔 시장 성장률은 8% 이상으로 전망된다. 국내 콘솔 이용자 중 플레이스테이션 계열 비중은 약 45~50%로 추산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그래픽카드와 메모리 업그레이드 비용이면 콘솔과 여러 타이틀을 동시에 구매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판매 흐름이 바뀌고 있다"며 "소니는 기기에서 큰 이익을 남기기보다는 보급을 확대해 게임과 구독 서비스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면도기-면도날' 전략을 취하고 있는 만큼, 하드웨어 마진보다 플랫폼 생태계 확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