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2027년까지 성숙 공정(28nm 이상) 장비 자급률 70%를 달성하기 위해 전례 없는 강수를 두고 있다. 단순한 보조금을 넘어 신규 공장(팹) 인허가와 자국산 장비 도입 비중을 사실상 연동해 외국산 장비를 밀어내는 모양새다.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굴기를 이끌고 있는 기업 중 하나로 알려진 루이리(Lui-li) IC는 연내 D램 생산장비를 투입해 내년부터 본격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23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신규 팹 건설 승인 시 자국산 장비 비중을 50% 이상으로 맞추도록 요구하는 비공식 가이드라인을 현장에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규정은 공식 문건으로 공표되지는 않았으나, 입찰 과정에서 국산화율 마지노선을 충족하지 못한 기업이 보조금·각종 승인 심사에서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전해지는 등 '비관세 장벽'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술력 측면에서도 서방의 기술 봉쇄를 정면 돌파하려는 시도가 구체화되고 있다. 로이터는 중국 선전의 고보안 연구 시설에서 화웨이와 국립 연구진이 전직 ASML 엔지니어들을 투입해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프로토타입을 조립했으며, 현재 광원 구동 등 초기 테스트 단계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중국은 기존에 확보한 구형 부품을 역설계(Reverse Engineering)하는 방식으로 장비를 구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2028년 이 장비를 활용해 기능성 칩을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전해지며, 전문가들이 예상해 온 '2030년 전후 상용화' 시점을 앞당기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중국 장비 업계의 양적·질적 성장도 가파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집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장비사인 나우라(NAURA)는 2025년 매출 기준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KLA를 제치고 세계 5위에 올랐다.

나우라는 현재 7nm 공정에 대응 가능한 에칭(식각) 장비를 개발해 주요 고객사와 필드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통상 수년이 걸리는 장비 검증 기간을 1년 안팎으로 단축해 현장에 서둘러 투입하는 이른바 '애자일(Agile)' 전략으로 자급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중국의 '홍색 공급망' 강화는 한국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에 직접적인 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이 성숙 공정 장비의 70%를 자국산으로 채울 경우, 그동안 중국 비중이 컸던 국내 세정 및 검사 장비 업체들의 수출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정책적 압박과 빠른 검증을 앞세워 자국 장비 사용 비중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은 중국이 당장 따라오기 힘든 첨단 공정용 하이엔드 장비로 포지셔닝을 바꾸고, 정부도 통상·안보 이슈를 고려한 대응 전략을 서둘러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